어느 분야든 ‘초보’ 딱지가 붙은 운영자는 급하다. 경험이 부족하니 멀리, 넓게 볼 수 있는 여유가 없다. 당장 성과를 내야 하는 조급함에 사로잡혀 크고 작은 실수를 범하곤 한다. 초보 야구 감독들도 첫 해에는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
올해 두산을 새롭게 이끄는 이승엽(47) 감독에게선 아직 초보 티가 나지 않는다. 선수 시절 한국과 일본, 국제대회에서 국민 타자로 화려한 커리어를 보냈지만 코치 경험 없이 바로 사령탑에 선임되면서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승엽 감독은 경험 많은 감독들처럼 시범경기를 차분하게 치르고 있다. 지난 23일까지 두산은 시범경기에서 3연패를 당하며 8위(2승4패2무)에 처졌지만 이 감독은 조금도 쫓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전체적으로 나오지 않아야 할 실수들도 나오는데 지금 나오는 게 우리한테 좋다. 실패를 해봐야 다음에 안 할 수 있다. 이런 모습이 빨리 나오면 오히려 (시즌 앞두고) 팀을 더 정비하고 개선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봤다.
시범경기는 어디까지나 준비 과정이라는 인식도 분명하게 갖고 있다. 신임 감독으로서 당장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클 법도 하지만 이 감독은 “지금은 과정이다. 시범경기 결과가 아무리 좋아봐야 시즌 때 안 좋으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부상 선수 복귀도 서두르지 않는다.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 막판 라이브 피칭 중 타구에 머리를 맞는 부상을 당한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은 한국 입국이 늦었고, 정밀 검진 결과 골타박으로 인한 어지럼증으로 최소 4주 휴식을 진단받았다. 4월 중순까지는 실전 등판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딜런은 지난 21일 잠실구장에서 가볍게 캐치볼로 몸을 풀면서 복귀를 향한 의지를 보였다. 그래도 이 감독은 “캐치볼을 했지만 가볍게 몸을 푼 정도다. 시즌이 길기 때문에 (딜런에게 주문하는 건) ‘천천히 천천히’ 그것밖에 없다”며 선수가 서두르지 않고 완벽하게 회복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시즌 개막도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개막전 선발은 라울 알칸타라가 유력한 가운데 이 감독은 2선발 이후를 신중하게 결정할 생각. 그는 “조금 더 시간을 주시길 바란다. 다음주 정도는 돼야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 1년 시작하면서 선발 순번이 굉장히 중요하다. 조금은 더 고심해야 할 것 같다”며 신중하게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심정으로 시즌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