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롯데와 NC의 시범경기.
봄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고 롯데의 덕아웃도 침울했다. 모두가 애써 웃었지만 미소 뒤에는 그늘이 있었다. 전날(23일) 핵심 유망주 서준원의 미성년 대상 범법행위 소식이 알려지고 난 뒤였다. 롯데는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서준원의 방출을 결정했다. 서준원은 이 자리에서 범법행위를 인정했다. 이후 부산지검은 서준원을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경기 전 서튼 감독은 참담하면서 침울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섰고 "롯데 선수단을 대표해서 KBO에 일하시는 모든 분들과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시범경기 5연패에 빠져 있었고 경기 내용도 겨우내 준비한 것들을 모두 보여주지 못했다. 만족스러울 수 없었다. 그나마 위안이었던 것이 투수진 구상에 필수적으로 들어가 있던 서준원의 호투였다. 그러나 서준원은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리기 전날에도 149km를 뿌리는 등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이후 구단에는 ‘사기 피해자’로 출두한다고 거짓말까지 하며 구단을 기만했다. 서튼 감독을 비롯한 구단 내부의 실망감과 배신감은 이루어 말할 수 없었다. 서튼 감독은 “매우 많이 실망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롯데는 시즌을 준비해야 했다. 서준원 없이도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서튼 감독은 “우리 선수단의 회복력을 믿는다. 어려운 시기지만 한 팀으로 뭉쳐서, 한 가족으로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분위기가 처지지 않을지도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처진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는 데에는 연패를 끊고 승리하는 게 최선이었다. 그리고 연패의 기운을 주장 안치홍이 끊어냈다. 안치홍은 3-3 동점이던 5회초 2사 1루에서 NC 송명기의 139km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월 역전 투런포를 터뜨렸다. 롯데가 리드를 잡는 홈런포였고 안치홍 개인의 시범경기 첫 아치였다.
이후 다시 5-5 동점이 됐지만 롯데는 안치홍의 동점포를 발판 삼고 안권수의 역전타로 6-5로 승리했다. 시범경기 5연패를 탈출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주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같은 라커룸을 쓰던 후배가 방출됐고 재판까지 받게 된 상황이다. 안치홍은 주장으로서 다시 한 번 원팀을 강조했다. NC전 이후 “아직 컨디션이 그렇게 만족할 정도로 올라가진 않았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개막까지 최대한 몸을 올려서 팬분들께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면서도 “팀의 주장으로서 선수단이 더욱 더 하나가 된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소통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하면서 ‘원팀’으로서 단결력, 그리고 회복력을 강조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