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키드'를 기다려야 하나.
제 5회 월드베이스볼대회(WBC)는 오타니로 시작해 오타니로 끝난 드라마였다. 멕시코와의 준결승전에서 4-5로 뒤진 9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2루타를 치고 극적인 역전을 이끌었다. 미국과의 결승전에서는 3-2로 앞선 9회 마무리 투수로 등장해 마이크 트라웃과 세기의 맞대결을 벌여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한국야구는 국제무대에서 2006년과 2008년, 2009년이 전성기였다. 2006년 1회 WBC 대회에서는 4강에 올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2009년 2회 대회는 주우승했다. 투수는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타자는 이승엽, 이대호 등이 주축이었다. 동시에 '베이징키드'들을 양산했다. 국제무대에서 엄청난 활약상을 보고 어린 야구선수들은 꿈과 희망에 불타올랐다.
일본에서는 이치로 키드들이 나왔다. 메이저리그 3000안타의 주인공인 이치로는 2006년 1회 WBC대회와 2009년 2회 WBC대회에 참가했다. 주축타자로 나서 모두 우승을 이끌었다. 이치로를 보고 꿈은 키웠던 선수가 바로 오타니 쇼헤이였다. 오타니를 비롯해 요시이 마사타카, 무라카미 무네타카 등 이치로 키드들은 5회 대회의 주축 선수들이 되었고 감격의 우승컵을 들었다.
반면 한국의 '베이징키드'들은 영광을 잇지 못했다. 물론 KBO리그에도 '베이징키드'들 가운데 훌륭한 선수들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WBC 무대에서 전혀 통하지 않았다. 투수 박세웅 정도만이 가능성을 보였을 뿐이었다.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탓에 몸을 조기에 만드는 루틴도 없었다. 일본전에서 현격하게 벌어진 격차를 피부로 실감했다.
오타니의 활약상을 보고 일본 열도는 물론 전세계가 극찬을 보내고 있다. 한국 야구팬들도 마찬가지이다. 타자와 투수로 엄청난 퍼포먼스를 구현했다.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극적 상황들을 빚어냈다. "우승할 수 있는 힘을 기르를 바란다"는 취지의 한국을 배려하는 말까지 인성까지도 많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일본의 스타가 아닌 전세계 스타가 되었다.
아마도 일본은 당연하겠지만 한국에서도 '오타니 키드'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전세계 야구인들을 매료시킨 오타니를 보고 꿈과 희망을 키우는 소년 야구선수들이 많을 것이다.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이도류로 명성을 날렸다. 이번 WBC대회를 통해 심대하고도 선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오타니는 '베이징키드'들에게는 노력하고 성장해야 국제무대에 통한다는 사실도 함께 일깨웠다. 현재에 안주하면 우물안의 개구리에 불과하다는 인식도 심어주었다. 오타니는 천부적인 재능 보다는 어릴 때부터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경주해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베이징키드들의 분발을 기대하면서도 이제 한국은 '오타니 키드'들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