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대표팀을 두 번이나 괴롭힌 이스라엘 출신 포수 라이언 라반웨이(36)가 10시즌 메이저리그 경력을 끝으로 은퇴했다.
라반웨이는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디애슬레틱’을 통해 현역 은퇴를 알렸다. 자신이 직접 쓴 글을 통해 메이저리그 10시즌 포함 15년 프로 생활을 돌아봤다.
지난 2011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데뷔한 라반웨이는 볼티모어 오리올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신시내티 레즈, 마이애미 말린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에 몸담으며 2021년까지 메이저리그 10시즌 통산 165경기 타율 2할1푼7리 97안타 9홈런 50타점 OPS .617을 기록했다. 지난 2012년 보스턴에서 46경기가 한 시즌 최다 출장으로 대부분 기간 마이너리거로 보냈다.
하지만 유대계 미국인인 그는 이스라엘 소속으로 국제대회에서 한국에 두 번이나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2017년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A조 조별리그 MVP를 수상했다. 첫 경기 한국전에 선발 포수로 나서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활약하며 연장승(2-1)을 이끌었다. 이어 2021년 8월 도쿄 올림픽 오프닝 라운드 한국전에도 6회 최원준에게 투런포, 9회 오승환에게 동점 솔로포로 멀티 홈런을 때렸다. 당시 경기는 한국이 연장 10회말 양의지의 밀어내기 몸에 맞는 볼로 6-5 승리를 거뒀다.
최근 끝난 WBC 이스라엘 대표팀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 라반웨이는 “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없다. 은퇴 투어도 없지만 라커룸을 정리하고 조용히 집으로 가는 길에 몇 마디 하고 싶다”고 은퇴 소감을 글로 남겼다.
그는 “지난 15년간 프로야구 선수 생활은 내 인생의 영광이었다. 빅리그 8개 팀과 다른 18개 팀의 유니폼도 입었다. 대부분 마이너 팀이었고, 이번 WBC 이스라엘 팀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 좋은 것보다 안 좋은 것이 더 많았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단 하루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돌아봤다.
이어 “난 훌륭한 운동 선수가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도록 도와준 덕분이었다. 그래서 끈질기게 노력했다”며 “(첫 빅리그 콜업을 받고) 2011년 8월18일 포터킷에서 캔자스시티로 가는 비행기에서 어린 아이처럼 울었다. 내가 노력한 모든 것이 마침내 실현됐다. 하지만 8일 뒤 처음으로 다시 마이너에 강등됐다. 꿈을 이뤘는데 빼앗긴 기분이었다”고 아픈 추억을 떠올렸다.
라반웨이의 우여곡절 많은 야구 인생에 있어 첫 시련이었다. 그는 “마이너로 강등되거나 트레이드, 방출을 당한 횟수만 26번이다. 하지만 난 그만두지 않는데 능했다. 2016년 애틀랜타에서 방출된 뒤 토론토 더블A로 내려가면서 최악의 해를 보냈지만 2017년 3월 WBC에 출전해 야구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다시 깨달았다. 모두가 마이너 강등이나 계약 걱정을 하지 않고 순수하게 이기기 위해 야구했다. 오랜만에 다시 야구를 좋아하게 됐고, 한 남자이자 선수로서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며 2017년 한국에서 치른 WBC가 야구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이었다고 밝혔다.
라반웨이는 “지금도 난 여전히 야구를 좋아한다. 이제는 야구를 그만두고 다음 활동을 해야 할 시기”라며 “떠나기 전에 메시지를 남기고 싶다. 당신이 꿈을 이루기 위해 가장 크거나 강하거나 빠를 필요 없다.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그 방향으로 첫걸음을 내딛으면 당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나아질 수 있다. 스스로 믿지 않는다면 나를 믿어준 코치들처럼 당신을 믿어줄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나부터 그런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