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을 차지한 일본야구대표팀에는 따로 주장이 없었다. “모든 선수가 리더가 되는 게 이상적이다”는 구리야마 히데키(62) 감독의 뜻이 반영됐다.
하지만 선수단을 이끈 실질적인 리더는 ‘최고참’ 투수 다르빗슈 유(37)였다. 메이저리거 신분이지만 소속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허가를 받아 지난달 17일 대표팀 소집 첫 날부터 일본 미야자키에 합류해 선수단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러나 투수로서 WBC 활약은 아쉬웠다. 지난 10일 1라운드 B조 한국전에 선발승을 거뒀지만 3회 양의지에게 홈런을 맞는 등 3이닝 3피안타(1피홈런) 1사구 1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흔들렸다. 이어 16일 8강 이탈리아전도 7회 구원등판했으나 2이닝 2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1실점으로 깔끔하진 않았다.
22일 미국과의 결승전도 불안했다. 3-1로 앞선 8회 투입돼 홀드를 따냈지만 1이닝 2피안타(1피홈런) 1실점했다. 9회 마무리 오타니 쇼헤이가 1점차 리드를 지키며 일본이 극적으로 우승했지만 다르빗슈는 이번 WBC 3경기(1선발) 6이닝 7피안타(3피홈런) 1사구 2탈삼진 5실점(4자책) 평균자책점 6.00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구리야마 감독은 우승 후 다르빗슈에게 따로 사과의 말을 했다. 23일 일본에 귀국한 구리야마 감독은 이날 밤 TV아사히 메인 뉴스 ‘보도 스테이션’에 출연, 다르빗슈에게 고마운 마음을 나타냈다.
구리야마 감독은 “솔직히 다르빗슈는 이번 대회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의 연습을 너무 많이 도와줬다. 결승전 전날에도 미국 타자들의 특징에 대해 다 알려줬다. 자기가 던져야 하는데도 그렇게 팀에 공헌해줬다”고 밝히며 대회가 끝난 뒤 다르빗슈에게 “정말 미안하다. 내가 컨디션 조절을 못해줘 정말 힘들었을 텐데 용서해 달라. 네가 일본 야구에 큰 도움이 됐다”는 말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어린 선수들이 많았던 이번 대표팀에서 실질적인 코치 역할까지 한 다르빗슈는 내부적으로는 8강전이 마지막 등판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다르빗슈는 결승전 당일 아침 코치를 통해 구리야마 감독에게 불펜 대기를 자청했고, 실제 등판까지 했다. 이런 보이지 않는 노력에 구리야마 감독이 감동받은 것이다.
비록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일본의 WBC 7전 전승 우승에 있어 MVP 오타니만큼 다르빗슈의 역할도 상당히 컸다. 구리야마 감독은 진심 어린 사과로 다르빗슈의 기여에 경의를 표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