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빠른 선수도 아닌데…김태연이 해냈다.”
한화 내야수 김태연(26)은 지난 21일 대전 SSG전에서 깜짝 홈 스틸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8회 1사 1,2루에서 SSG 좌완 오원석의 초구를 좌전 적시타로 연결하며 1타점을 올린 김태연은 김인환의 우중간 적시타 때 3루까지 진루했다.
오선진의 유격수 직선타로 이어진 2사 1,3루. 이명기 타석 때 SSG 투수 오원석은 2구째 공을 던지기에 앞서 1루로 견제를 했다. 그 순간 3루에서 스킵 동작을 하던 주자 김태연이 냅다 홈으로 뛰어들었다.
당황한 SSG 1루수 오태곤의 홈 송구가 포수 오른쪽으로 살짝 빗나갔다. 조형우가 공을 잡아 태그를 하기 위해 몸을 왼쪽으로 틀었지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들어간 김태연의 왼손이 홈플레이트를 먼저 쓸고 지나간 뒤였다. 비디오 판독 결과 원심 그대로 세이프. 3-3 동점을 만든 홈 스틸로 한화는 패배 위기에서 무승부로 이날 경기를 마쳤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홈 스틸. 벤치 사인과 선수의 판단이 어우러진 플레이였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3루 베이스) 대럴 케네디 코치를 통해 사인을 보냈다. 상대 투수 견제 모션이 느슨했던 부분을 알려줬는데 김태연이 과감하게 실행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수베로 감독은 “그동안 선수들에게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디테일 면에서 계속 얘기해왔다. 그런 점을 파고들어야 우리가 탈꼴찌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왔고, 누군가 먼저 실행으로 옮겨줄 선수가 필요했다. 그 선수가 바로 김태연이었다. 설령 홈에서 아웃당했더라도 ‘드디어 해냈다’며 김태연을 칭찬해줬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수베로 감독은 “김태연은 발이 빠른 선수가 아니지만 확실한 정보를 갖고 과감하게 플레이했다. 지난 몇 년간 선수들이 (결과를) 겁내는 모습을 보였는데 벤치에서 주는 정보를 믿고 플레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정규시즌에도 이런 플레이를 해야 할 선수들이 더 나와야 한다. 그래야 우리 팀도 퀄리티 높은 야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격수를 빼고 3루수, 2루수, 1루수로 내야 3자리를 오가는 김태연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7게임 17타수 5안타 타율 2할9푼4리 5타점 4볼넷을 기록 중이다. 1루수가 가능한 FA 채은성과 신인 내야수 문현빈의 가세로 김태연의 입지도 지난 2년만큼 안전하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인상적인 홈 스틸로 수베로 감독에게 존재감을 어필했다. 홈 스틸 포함 시범경기에서 도루 3개로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치며 작은 빈틈을 파고드는 한화 야구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김태연은 발이 느리지만 겁이 없고, 굉장히 용감한 선수다. 홈 스틸뿐만 아니라 3루 도루(15일 KT전)도 있었다. 눈에 보이는 툴도 중요하지만 내적으로 이런 선수의 기질을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김태연의 두려움 없는 플레이가 팀의 경쟁과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