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하고 숨긴 서준원 일탈…믿음에 비례했던 배신감, 롯데 즉결처분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03.24 05: 40

지난 23일, 롯데는 창원 NC파크에서 NC 다이노스와 시범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우천 취소 됐다. 당장 정규시즌을 앞둔 시점에서 경기 하나가 아쉬운 시점이다. 하지만 롯데는 당장 경기가 취소된 게 문제가 아니었다. 모두를 당혹하게 만든 문제가 터졌고 구단은 진위파악에 나서는데 급급했다. 
투수 서준원(23)의 일탈이 구단에 비로소 알려졌다. 부산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의하면 서준원은 지난해 8월, SNS 오픈채팅에서 만난 미성년 피해자에게 신체사진을 찍어서 전송하게끔 했다. 이는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로 이어졌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가 적용됐다. 
사안이 엄중하다. 경찰이 사건을 조사하고 검찰로 송치한 뒤에 보강 수사를 거쳐서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 다만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법원은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했다. 버젓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있던 현역 야구선수가 법정 구속되는 참담한 사건으로 이어질 뻔 했다. 결국 구속만 안됐을 뿐 불구속 기소가 확정됐고 재판으로 넘겨졌다. 

롯데 1차지명 경남고 투수 서준원이 이윤원 단장에게 유니폼을 전달받고 있다. /dreamer@osen.co.kr

문제는 서준원이 불구속 기소까지 될 중대한 범죄에 연루되고도 구단은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사실 선수 개개인을 조사할 수 있는 수사기관이 아닌 구단은 선수가 특정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법적인 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선수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구단은 개인사업자와 마찬가지인 선수들을 추궁하고 개인사를 알아내는 건 한계가 있다.
결국 롯데 구단도 서준원과 관련한 혐의들에 대한 질의에 선수의 말을 믿고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사건은 무려 지난해 8월에 발생했는데 시간만 흘렀다. 서준원만 아무렇지 않게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시범경기 등판까지 했다. 구속영장 심사 전날이었던 시범경기 지난 20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등판해 최고 149km의 패스트볼을 뿌리면서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서준원과 관련된 혐의는 대부분 사실이었다. 구단 관계자는 “구단 관계자 모두가 오늘(23일) 서준원의 혐의를 알게 됐고 서준원도 이에 인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던 날에도 ‘사기 피해자’라고 사실을 숨겼다. 선수가 작정하고 숨기자 구단도 멍하니 있다가 당한 셈이었다. 
무엇보다 선수를 믿었던 구단이었고, 구단도 역대급 재능이라는 서준원의 성장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에 배신감은 클 수밖에 없다.  기대가 컸던 만큼 돌아온 배신감은 몇 곱절이 됐다. 2019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서준원에게 구단이 안긴 계약금은 3억5000만 원이었다. 또한 서준원의 성장을 위해 지난해 호주프로야구 질롱코리아 파견도 보냈다. 올해는 특히 서준원도 구슬땀을 흘리면서 아마추어 시절의 재능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구단 모두가 기대가 컸다.
결국 구단은 서준원이 혐의를 인정하자 지체하지 않았다. 곧장 구단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최고 처분인 퇴단 결정을 내렸다. 서준원은 방출 통보를 받았다. 발표 당시에는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구단은 “기소여부와 관계없이”라고 강경한 표현을 쓰면서 서준원에게 철퇴를 내렸다.
사실 서준원의 자기 관리와 사생활은 구단 관계자들과 선수단 내부에서도 잡음이 컸다. 그래도 구단은 골칫덩이로 취급하지 않고 언젠가 롯데 마운드를 이끌 재능으로 금지옥엽으로 육성했다. 자기관리가 되지 않아도 어르고 달랬고 올해 선수 본인도 독기를 품고 잠재력을 터뜨리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롯데의 미래로 여겨졌던 서준원의 야구인생은 이대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롯데는 해당 사실이 알려지고 침통한 분위기가 됐고 더 이상 서준원은 금지어 취급을 받게 됐다. 구단은 재판에서 서준원의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6일 오전(현지시간) 괌 데데도 스포츠 컴플랙스(Dededo Sports Complex)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2023시즌 스프링캠프가 진행됐다.롯데는 이번 시즌 FA 시장에서 유강남(4년 80억 원), 노진혁(4년 50억 원), 한현희(3+1년 40억 원)를 영입했고 방출선수 시장에서도 투수 김상수, 윤명준, 차우찬, 포수 이정훈, 외야수 안권수 등을 영입, 뎁스를 대폭 확충했다. 롯데 서준원이 훈련을 하고 있다. 2023.02.03 /ksl0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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