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WBC 우승으로 일본 열도가 들끓고 있다. 전국이 환희와 감격에 휩싸인 것은 물론이다. 축하 행사와 감사 세일이 봇물 터지듯 이뤄진다. 곳곳에서 (신문) 호외가 발행되고, 방송은 특집 프로그램 편성에 여념이 없다.
산업용 배전기 제조업체의 떡상
WBC 우승으로 일본의 관련 주가가 폭등했다. 실제로 연관성이 있는 스포츠 용품업체나, 기업뿐 만이 아니다. 단순히 이름만 같은 회사들도 그렇다. 가장 큰 수혜주는 ‘주식회사 오타니 공업(大谷工業)’이다. 도쿄에 위치한 산업용 전기, 금속제품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상당수 일본 기업처럼 창업주의 성을 딴 회사명일 뿐이다. 그런데 4000엔(약 3만 9500원)대였던 이곳 주식은 WBC 1라운드가 시작된 3월 초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개막 첫 날인 7일부터 엿새 연속 상한가를 찍는 등, 한 때 1만 6000엔(약 15만 7800원)까지 터치했다. 평소에 비해 4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끝내기 안타의 효과도 대단했다. 주인공 무라카미 무네타카의 이름과 비슷한 자동차 백미러 제조업체 ‘무라카미 카이메이도’의 주가는 준결승전(21일) 직후 8.4%나 오른 3150엔(약 3만 1000원)에 거래됐다. 또 고무제품 메이커 ‘구리야마 홀딩스’나 ‘오카모토 유리’ 같은 대표팀 감독, 선수의 이름이 들어간 기업들도 비슷한 호재를 누렸다.
그러나 도쿄 주식 시장에서는 이상 열기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잇따라 나온다. 실제로 오타니 공업의 경우 17일에 1만엔이 깨지고, 준결승을 앞둔 20일에는 다시 회복하는등 롤로코스터를 타고 있다. 정작 결승전(22일) 오후장에는 7000엔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후추 그라인더…4년전 재고까지 완판 행렬
후추 그라인더(페퍼 밀)가 품절 사태를 맞았다. 외야수 라스 눗바가 시작한 세리머니가 전국적인 유행으로 번진 탓이다. 요리용보다 응원용으로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한 판매점 업주는 “4년 전에 들어와 재고로 쌓였던 제품까지 모두 나갔다. 심지어 60센티 크기의 대형 사이즈(약 18만원 상당)까지 판매됐다”며 함박 웃음이다.
mlb.com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캐릭터 티셔츠도 주문이 밀려든다. 오타니와 눗바가 후추를 가는 캐리커처가 그려진 상품인데, 4800엔(약 4만 7000원)의 가격에도 날개가 돋친 듯 팔려나간다.
반면 최근 벌어지는 고시엔 대회 예선에서도 이 세리머니가 등장해 논란을 빚었다. 문제는 수비 실책으로 출루한 선수가 후추를 갈았던 것인데, ‘상대에 대한 예의가 없다’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오타니 상’은 무조건 반액 할인
교토의 정육 체인점은 우승 기념 특별 세일은 단행한다. 23~24일 이틀간 열리는 행사는 이름이 구리야마(감독) 또는 오타니인 손님은 반액으로 깎아준다. 또 요시다, 무라카미, 오카모토, 요시이 등 대표팀 이름과 같은 고객은 30% 할인해준다. 체인점 5곳에서 선착순 50명, 1인당 300그램에 한해 제공된다.
눗바, 다르빗슈라는 이름의 방문객도 환영이다. 그러나 워낙 희귀한 성(姓)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정육업체는 “후추를 갈아서 뿌려 드시면 더 맛있습니다”라는 안내 문구도 포함된다. 또 ‘사무라이 세일’이라는 명목으로 ‘라면 1그릇 공짜’ 같은 이벤트도 벌어진다.
재방 시청률까지 폭발
TBS-TV는 22일 결승전을 ‘특별 재방송’으로 긴급 편성했다. 오전 생중계는 후루타 아츠야와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해설을 맡았지만, 저녁 재방송은 마키하라 히로미와 우에하라 코지가 마이크를 잡았다.
TBS는 전날(21일) 준결승(멕시코전)에 이어 이틀 연속 재방송이라는 이례적인 편성을 단행한 셈이다. 무라카미의 끝내기 안타가 나온 순간 시청률은 47.7%를 기록했고, 재방 시청률마저 19.8%(관동지구 기준)를 찍은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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