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차 선수처럼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이 한 선수를 지칭한 말이다. 올해 충암고를 졸업하고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 전체 53순위로 지명된 이태연(19)은 서튼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이태연은 현재 시범경기에서 5경기 등판해 4⅔이닝 1탈삼진 1볼넷 무실점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7회말 1사 1,3루의 위기 상황에서 등판했고 땅볼을 유도해내면서 주자 1명만 들여보내고 이닝을 매듭지었다.
현재 이태연의 활약에 서튼 감독은 “마운드 위에서 ‘불독’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흔들리지 않는 멘탈을 보여주면서 마치 4~5년차 선수처럼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라면서 “타자를 상대로 어떤 구종을 던지고 어떻게 공격을 할지 미리 정하고 들어가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라면서 이태연의 시범경기 활약상을 칭찬했다.
지난 삼성전처럼 일부러 위기 상황에 투입시켜 위기 관리 능력을 시험해보기도 했고, 또 연투 능력도 확인했다. 이태연의 등판일지를 보면 지난 15~16일 SSG전 연투를 했고 19일 LG전에 이어 20일 삼성전에도 연투를 펼쳤다. 좌완 불펜 투수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연투 능력도 필요한데 이 과정도 자연스럽게 넘겼다. 서튼 감독은 “일부러 연투도 시켜보고 위기 상황에도 등판 시켜보고 있는데 그 상황에 맞게끔 피칭을 잘 해주고 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19세 신인의 당돌하고 패기 있는 모습은 괌 스프링캠프때 부터 확인됐다. 배영수 코치는 당시 “배짱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라면서 예상치 못한 수확이었다는 점을 설명했다. 실제로 이태연은 현장이 아닌 프런트의 추천으로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됐다. 현장에서는 기대치가 다소 낮았지만 구단은 이태연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의미라고 풀이할 수 있었다. 충암고 시절 에이스는 윤영철(KIA)였지만 과거에는 이태연도 윤영철 못지 않은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구단이 알아보고 현장에서 확인하려고 해도 선수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결국 모두가 웃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이태연은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1군 엔트리 진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당장 좌완 불펜 요원으로 김진욱과 이태연이 전부다. 김유영이 포수 유강남의 FA 보상선수로 팀을 떠났고 FA 자격을 행사한 강리호와도 계약하지 않았다. 좌완 불펜이 부족한 시점이고 3년차로 경험이 쌓인 김진욱도 당장 시범경기에서 4경기 3⅓이닝 5볼넷 3실점 평균자책점 8.10으로 부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태연이 당돌하고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으로 1군 투수 엔트리 한 자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제 ‘충암고 출신 좌완’으로 윤영철 뿐만 아니라 이태연의 이름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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