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3000만 달러(약 5615억 원)의 몸값에 달하는 슈퍼스타도 가슴 벅찬 순간들이었다. 국가대항전의 희열을 직접 느낀 슈퍼스타 마이크 트라웃(32⋅ LA 에인절스)은 3년 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 미국의 다른 슈퍼스타들까지 불러모을까.
트라웃이 이끄는 미국 대표팀은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2-3으로 패했다. 2017년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우승을 노렸던 미국은 오타니 쇼헤이(29⋅ 에인절스)를 앞세운 일본의 강력한 전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
트라웃은 에인절스 팀 동료인 오타니와 9회초 마지막 공격 2사 후 마지막 타자로 투타 맞대결을 벌였는데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오타니의 만화야구 엔딩에 희생양이 됐고 향후 WBC 역사를 언급할 장면에서도 삼진을 당한 타자로 영원히 ‘박제’될 운명이 됐다.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트라웃은 WBC에서 경기를 치르면서 소속팀에서 느낄 수 없는 희열을 맛봤다. 에인절스에서는 ‘무미건조한’ 선수였던 트라웃은 이번 대회에서 미국 대표팀의 주장을 맡으면서 가장 큰 제스처로 선수들의 플레이를 독려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타율 2할9푼6리(27타수 8안타) 1홈런 7타점 4득점 OPS .962로 나름의 활약을 펼쳤다.
트라웃은 결승전이 끝난 뒤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지난 몇 주가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말로 요약하기 힘들다. 내 가슴에 ‘USA’ 마크를 달고 나라를 대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에너지는 짜릿했다. WBC는 내가 항상 소중히 여길 시간일 것이다.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하고, 여러분들의 주장이어서 영광이었다”라며 WBC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가슴 벅찬 시간이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결승전을 앞두고 중계방송사인 FOX스포츠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트라웃은 “나는 이미 다음 대회에 참가한다고 말했다. 내가 지명타자로 뛰든지 좌익수로 뛰든지 대표팀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것이고 또 다시 참여할 것이다”라면서 “가슴에 새겨진 마크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항상 얘기를 하고 다닌다. 특히 9회에 팬들의 ‘U.S.A’ 구호를 듣는 것은 정말 특별하다”라면서 오는 2026년 대회에도 참가할 것이라고 의욕을 다졌다.
이번 WBC에 나설 미국 대표팀을 꾸리면서 트라웃이 주장으로 참가하게 되면서 많은 슈퍼스타들도 대표팀 합류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 무키 베츠(LA 다저스), 놀란 아레나도, 폴 골드슈미트(이상 세인트루이스), 트레이 터너, JT 리얼무토(이상 필라델피아), 피트 알론소, 제프 맥닐(이상 뉴욕 메츠) 등 현재 메이저리그 대표 야수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꿈의 라인업’이 완성됐다.
그런데 미국 입장에서 완벽한 ‘꿈의 대표팀’이 꾸려지지는 않았다.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하는 특급 투수들은 대부분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 클레이튼 커쇼 정도가 대표팀에 포함됐지만 대회 직전, 커쇼의 잦은 부상을 문제삼은 보험사에서 WBC 참가를 위한 보험 가입을 거절했다. 커쇼도 대표팀에 의욕을 보였지만 커쇼 외적인 요인이 참가를 막은 케이스다.
저스틴 벌랜더, 맥스 슈어저(이상 뉴욕 메츠), 게릿 콜(뉴욕 양키스), 맥스 프리드(애틀랜타), 딜런 시즈(화이트삭스) 등 특급 투수들은 부상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었음에도 미국 대표팀에 참가하지 않았다. 애덤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 랜스 린(시카고 화이트삭스), 메릴 켈리(애리조나) 등이 주요 선발투수들이 나섰지만 타자들에 비해 이름값은 떨어졌다.
다시 한 번 우승을 노리던 미국의 준우승에 팬들도 특급 투수들에게 이기적이라는 비난의 화살을 보내고 있는 상황.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 역시 “다음 WBC 대회에는 특급 투수들도 나오길 바란다”라면서 다시 한 번 WBC 참가를 재촉했다.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가 애국심을 과시하면서 대표팀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MVP 단골후보이면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인 트라웃의 이러한 WBC 예찬론은 다음 대회에는 더 많은 메이저리그의 스타들이 참가하는 기폭제로 작용하게 될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