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너, 어느 별에서 왔어?" 촌놈 자처, 일본 시골에서 세계 최고까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3.23 06: 15

“진지하게 묻는다. 어느 별에서 왔어?”
메이저리그 통산 541홈런으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빅파피’ 데이비드 오티즈(48)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MVP를 차지한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에게 이렇게 물었다.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일본 우승으로 WBC가 끝난 뒤 오타니의 ‘폭스스포츠’ 방송 인터뷰에서 나온 질문이다. 
오티즈의 짓궂은 질문에 웃음이 터진 오타니. 하지만 대답은 진지했다. “일본의 시골이라고 할까, 야구팀도 거의 없는 곳에서 야구했다. 열심히 노력하면 이런 곳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을 일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정말 좋다.”

[사진] 오타니 쇼헤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스로를 ‘촌놈’이라고 낮춘 오타니의 고향은 일본 이와테현. 일본 도호쿠 지방 북부에 위치한 현으로 면적이 약 1만5278㎢에 달하지만 대부분 산지로 돼 있어 인구가 많지 않다. 기후 환경이 좋지 않고, 잦은 지진 피해로 낙후된 지역이지만 오타니뿐만 아니라 최연소 퍼펙트게임 투수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도 이곳 출신이다. 
일본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야구 소년은 하나마키히가시 고교 때부터 투타겸업의 꿈을 키웠고, 이를 조건으로 일본 니혼햄 파이터스에 입단했다. 5년 만에 투타에서 일본리그를 평정한 뒤 미국으로 갔다. 메이저리그에선 불가능할 것이라는 투타겸업을 부상 고비가 있었지만 100년 전 베이브 루스를 능가하는 투웨이 선수로 최고 자리에 올랐다. 
[사진] 오타니 쇼헤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번 WBC에서도 오타니는 투수로 3경기(9⅔이닝) 2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1.86 탈삼진 11개, 타자로 7경기 타율 4할3푼5리(23타수 10안타) 1홈런 2루타 4개 8타점 10볼넷 OPS 1.345로 활약했다. 이번 WBC 투수 최고 구속 102마일(164.2km), 타자 최고 타구 속도 118.7마일(191km) 모두 오타니였다. 
믿기지 않는 야구 실력만큼 훌륭한 인격도 오타니의 매력이다. WBC 대회 기간 내내 상대에 대한 존중을 잊지 않았고, 우승 확정 후에는 “운이 좋아 우승했다. 어느 나라든 우승을 할 수 있다”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나아가 오타니는 “한국, 대만, 중국 등과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들이 이번을 계기로 야구를 더 좋아했으면 좋겠다”며 아시아 야구의 동반 성장까지 이야기했다. 
[사진] 오타니 쇼헤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만화 주인공 같은 오타니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진짜 어느 별에서 왔는지 궁금해할 만하다. 심지어 사회 생활까지 잘한다. 이날 오티즈와 함께 폭스스포츠 중계를 맡은 메이저리그 696홈런 레전드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오타니에게 “일본에 있을 때 존경하며 찾아본 미국 선수는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사진] 오타니 쇼헤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에 오타니는 로드리게스와 오티즈를 언급하며 “여기 있는 두 사람과 켄 그리피 주니어(미국 타격코치)까지 어릴 때 본 선수들과 지금 이렇게 같이 있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와 오티즈는 함박 미소를 지으며 기뻐했고, 오티즈는 오타니와 셀카도 찍었다. 실력과 겸손, 재치까지 갖춘 오타니의 매력에 레전드들도 푹 빠졌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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