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제대로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소위 말해 ‘각 잡고’ 준비했다. 롯데 자이언츠 야구에 디테일을 입히는 것은 여전히 무리인 것일까.
롯데는 시범경기 5연패에 빠져있다. 1승6패1무의 성적에 머물고 있다. 시범경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정규시즌이 임박한 시점에서 투타, 공수 모두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팀의 상황은 우려스러울 수도 있다.
다만 투수진은 당장의 결과보다 투구 밸런스를 정규시즌까지 찾아가는 과정이고 타격 사이클은 정규시즌에 맞춰서 올라오면 된다. 승리가 따라오면 좋겠지만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중시해야 하는 시기다.
이 시기의 과정은 기본기를 비롯한 겨우내 중점을 두고 훈련했던 부분을 점검하는 것이다. 롯데는 스프링캠프 내내 수비와 주루 등 디테일을 팀 전체에 입히기 위해 노력했고 그 어느 때보다 구슬땀을 흘렸다. 현장과 구단 전체가 일치단결해서 올해는 롯데 야구에 기본기를 강화하고 디테일한 부분을 다듬고 이를 팀 컬러로 입히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스프링캠프에서의 역대급 훈련량은 목표를 향해 가는 롯데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그런데 노력했던 과정과 결과물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디테일은 여전히 입혀지지 않았다. 전체적인 경기력이 인상적이지 않은 것은 물론 과거와 그리 달라진 게 없는 롯데 특유의 둔하고 허술한 야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시범경기 대구 삼성전에서 롯데의 디테일 결여는 여실히 드러났다.
삼성이 4개의 실책을 범했지만 롯데도 3개의 실책이 나왔다. 중견수 안권수는 5회 이성규의 정면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놓치면서 추가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6회에는 1루수 훈련을 받고 있는 고승민이 김재성의 강습 땅볼 타구를 놓쳤다. 글러브를 갖다대지 못하고 다리에 타구가 맞았다. 1루수 전향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디테일한 면을 강조했던 팀의 목표와는 동 떨어진 플레이는 분명했다.
그리고 8회초 1사 1,3루에서 안치홍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때는 누의 공과로 이닝이 종료됐다. 안치홍의 타구가 좌익수 방면으로 큼지막하게 날아갔다. 3루 주자는 홈을 밟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1루 주자였던 윤동희가 타구의 위치를 보면서 이미 2루를 밟고 지나쳤다. 타구가 잡힌 것을 확인한 뒤 2루를 밟고 다시 1루로 귀루해야 하지만 윤동희는 2루를 밟지 않고 곧장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1루로 향했다. 삼성의 어필 플레이로 윤동희는 아웃처리됐다.
기본기와 디테일은 롯데의 취약점이었고 과거에도 디테일을 채우기 위한 노력을 안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매번 효과를 보지 못했고 여전히 강팀으로 불리지 못한 기간이 길어졌다. 성적을 내야 하는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고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의 과정이 그리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과연 롯데의 숙원과제인 ‘디테일 입히기’는 올해도 실패하는 것일까. 아니면 지금의 시행착오가 발판이 되어 단단한 팀으로 도약하는 것일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