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주최측이 바라는 대로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과 일본의 사상 최초 WBC 결승전 빅매치가 성사됐다.
편파적인 일정과 대회 중간에 약간의 꼼수로 대진표가 바뀌면서 미국과 일본은 준결승이 아닌 결승전에서 만나게 됐다. 누가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대회 흥행에서는 최상의 결과를 만들 무대가 마련됐다. 진정한 승자는 WBC 조직위원회라 할 수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MLB 사무국이 주도적으로 만든 대회라 MLB 사무국의 영향력이 크다. 미국과 함께 일본이 WBC 대회를 이끌어가는 양대 축이다.
WBC 조직위는 대회 개막에 앞서 일정 및 대진표를 공개했다. 원래 일정과 대진은 미국과 일본에 특혜를 줬다. 두 팀은 1라운드에서 4경기 모두 야간 경기를 치렀다. 본선 출전국 20개팀 중에서 미국와 일본 단 2팀만이 혜약을 받은 것.
일본이 8강에 진출하면, 1라운드 순위(B조 1위 또는 2위)에 상관없이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8강전 2번째 경기(GAME 2, 16일)로 배정됐다. 미국도 마찬가지. 미국이 8강에 올라가면, 1라운드 순위(C조 1위 또는 2위)에 관계없이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8강전 2번째 경기(GAME 4, 19일)를 치른다고 별도 규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8강전의 GAME 1 승자와 GAME 3 승자가 4강전에서 만나고, GAME 2 승자와 GAME 4 승자가 또다른 4강전에서 맞붙는 대진표가 된다. 일본과 미국이 나란히 8강에 진출해, 4강까지 올라가면 맞대결 하는 대진이었다. (애초 왜 이렇게 했는지도 의문)
그런데 대회 도중 WBC 조직위는 ‘미국이 8강에 올라갈 경우 순위에 상관없에 8강전 GAME 4에 배정된다’는 별도 규정을 삭제하고 대진표를 변경했다.
미국은 C조에서 멕시코에 이어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는데, GAME 4가 아닌 GAME 3로 대진을 바꿔서 4강전에서 일본과 맞붙지 않게끔 바뀌었다. WBC 조직위는 중계 방송을 이유로 핑계를 댔는데, 석연치 않았다. 왜냐하면 미국의 8강전 경기 날짜는 그대로 19일에 치르면서 대진표만 바꿨기 때문이다.
미국은 20일 4강전에서 쿠바를 만나 14-2로 크게 승리하면서 결승에 진출했다. 일본은 21일 멕시코에 극적인 9회말 6-5 역전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결승에 올라갔다. 주최측이 바란 미국과 일본의 첫 결승전 빅매치가 성사됐다.
미국은 2017년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고, 일본은 2009년 이후 14년 만에 3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미국과 일본이 역대 WBC에서 맞붙은 적은 3차례 있다. 2006년 1회 대회 때 2라운드에서 미국이 일본에 4-3으로 승리했다. 한국이 3전승 조 1위로 준결승에 올라갔고, 일본은 미국, 멕시코와 1승2패 동률이 됐는데 득실차에 따라 일본이 조 2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2009년 2회 대회 때는 준결승에서 일본이 미국을 9-4로 꺾고 결승에 올라갔고, 결승에서 한국에 승리하며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 대회 때는 맞대결이 없었다. 2017년 4회 대회 때 준결승에서 미국이 일본에 2-1로 승리했고, 결승에서 푸에르토리코를 꺾고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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