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감독님께서 제가 3루타 친 것도 알고 계시더라고요.”
지난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시범경기. 경기에 앞서 KT 유니폼을 입은 한 선수가 1루 더그아웃에 혼자 남아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3루 더그아웃 쪽을 계속 주시했고, 마침내 기다렸던 손님이 1루 쪽으로 다가오자 밝은 미소와 함께 허리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했다. 이를 본 손님은 그 선수를 기특해하며 격려의 메시지를 건넸다. KT 신인 류현인과 두산 이승엽 감독의 이야기다.
2023 신인드래프트서 김서현(한화), 윤영철(KIA) 못지않게 관심을 끈 선수가 바로 류현인이었다. 김서현, 윤영철이 고교 무대를 평정하며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았다면 류현인은 이승엽 감독이 이끌었던 JTBC 야구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의 최강 몬스터즈에서 내야수로 활약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KT 7라운드 70순위로 입단한 류현인은 두산 지명을 받은 윤준호와 함께 박용택, 정근우, 정성훈, 심수창 등 야구계 은퇴 선배들의 조언 속 무럭무럭 성장했다.
프로의 꿈을 이룬 류현인은 20일 KBO리그 무대에서 처음으로 ‘옛 스승’ 이승엽 감독을 만났다. 류현인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자 이 감독은 “잘하고 있나”라고 안부를 물으며 “내가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있다. 얼마 전 3루타도 쳤더라. 재미있게 잘해라”라고 덕담을 건넸다.
옛 스승이자 국민타자를 상대 팀 감독으로 만난 기분은 어땠을까. 수원에서 만난 류현인은 “감독님께서 내가 3루타를 친 것도 알고 계시더라. 칭찬을 해주셔서 너무 좋았다. 또 윤준호와도 만나서 일상 이야기를 공유했다”라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류현인은 신인임에도 이강철 감독으로부터 잠재력을 인정받으며 이번 시범경기서 꾸준히 기회를 얻고 있다. 13일 고척 키움전부터 21일 수원 두산전까지 8경기에 출전한 가운데 타율 3할3푼3리(15타수 5안타) 2타점의 훌륭한 타격을 선보였다. 이 감독은 “류현인은 연습보다 실전 경기를 할 때 다른 모습이 보여서 계속 확인해보려고 한다. 올해는 새로운 얼굴을 발굴해보고 싶다”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선수 또한 신인답게 겸손하면서도 당찬 포부를 밝혔다. 류현인은 “시범경기를 뛸 때마다 새롭고, 아직 많이 배워야한다는 걸 느낀다. 이제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라며 “올해는 1군과 2군을 오가며 1군 투수들의 공에 한 번 적응을 해보고 싶다. 개막 엔트리에 들게 되면 너무 좋겠지만 그렇게 안 되더라도 열심히 해서 다시 올라가도록 하겠다”라고 데뷔 시즌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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