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겪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승리 세리머니를 하다 오른쪽 무릎 슬개건이 파열돼 시즌 아웃된 푸에르토리코 마무리투수 에드윈 디아즈(29)를 보면서 팀 동료 유격수 프란시스코 린도어(30)는 경기장에서부터 클럽하우스, 호텔에 가서까지 눈물을 펑펑 쏟았다. 같은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 소속이자 푸에르토리코 출신 디아즈의 비극적인 부상에 안타까워한 린도어이지만 3년 뒤 WBC 참가 의지는 변함없다.
린도어는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MLB.com’과 인터뷰를 통해 WBC에서 일어난 디아즈의 세리머니 부상을 돌아봤다.
디아즈는 지난 16일 지면 탈락하는 1라운드 D조 마지막 경기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5-2 승리로 8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마운드에서 동료들과 세리머니를 하다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했다. 과격한 동작은 없었는데 갑자기 디아즈가 쓰러지며 축제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키스톤 콤비를 이룬 2루수 하비에르 바에즈와 승리를 기뻐하던 린도어는 뒤늦게 무리 속에 쓰러진 누군가를 봤다. “내가 본 건 트럼펫이 새겨진 스파이크 운동화였다. 그때 디아즈가 쓰러진 것을 알았다”고 떠올린 린도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디아즈를 사랑하는 줄 몰랐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 슬로 모션으로 했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며 안타까워했다.
오른쪽 무릎 슬개건이 완전 파열된 디아즈는 이튿날 곧장 수술대에 올랐고, 최소 8개월 재활 진단을 받았다. 지난겨울 메츠와 5년 1억200만 달러 거액에 계약한 ‘귀한 몸’이 허무하게 시즌 아웃되자 일각에서 또다시 WBC 무용론이 나오기도 했다. 시즌 준비를 이유로 WBC 참가를 거부한 메이저리그 특급 투수들도 많다.
안타까운 부상을 현장에서 지켜봤지만 이에 대한 린도어의 생각은 다르다. “3년 뒤 WBC도 100% 참가할 것이다”고 선언한 린도어는 “난 푸에르토리코 사람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어디를 가든 난 푸에르토리코인이라고 말한다. 달에서도 그렇게 소리칠 것이다. 그만큼 내 뿌리가 자랑스럽다. 어디에서 왔든 조국의 이름을 가슴에 새기는 것은 축복이고 영광이며 특권이다”고 애국심을 이야기했다.
WBC 우승과 월드시리즈 우승 중 무엇을 선호하냐는 질문에 린도어가 “은퇴하기 전에 둘 다 하고 싶다”며 “WBC는 계속 존재해야 한다. WBC가 야구를 더 좋게 만든다. 누구도 부상을 원치 않는다. WBC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우리 모두 나라를 사랑하고, 대표하고 싶어 한다”는 말로 WBC가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푸에르토리코는 8강에서 멕시코에 4-5로 패하며 WBC를 마감했다. 소속팀 메츠로 돌아온 린도어는 이제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다시 달린다. 그는 “최고 마무리투수이자 우리 팀의 중요한 선수인 디아즈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프로이고, 해야 할 일이 있다”며 디아즈의 공백을 극복하고 메츠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