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 뜬공 타구를 놓치고 평범한 땅볼 타구인데 송구 실책을 범한다. 아무리 시범경기라고 하지만 한 경기 7개의 실책은 KBO리그 수준에 대한 의문을 다시 한 번 제기하게 된다.
2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시범경기. 삼성이 난타전 끝에 12-10으로 롯데를 제압하며 시범경기 4연승을 달렸다.
기록만 보면 화끈한 타격전이다. 삼성이 14안타(3홈런)를 퍼부으며 12점을 뽑아냈다. 롯데 역시 8안타(1홈런) 9득점을 올렸다. 난타전 양상의 경기는 야구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경기다. 그러나 이날 양 팀의 맞대결 실상을 들여다 보면 난타전으로 보기에는 아쉬운 구석들이 많이 있었다.
롯데가 3개, 삼성이 4개의 실책을 범했다. 도합 7개의 실책을 남발하면서 경기 양상은 혼돈으로 빠뜨렸다. 실책 역시도 나올 수야 있지만 정도가 있어야 한다. 한 경기에 이런 무더기 실책은 리그 경쟁력을 논하는데도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3회 2사 후 안권수의 유격수 땅볼 때 삼성 유격수 이재현이 1루 송구 실책을 범했다. 이재현은 4회 2사 후 전준우의 땅볼 때 다시 1루 송구 실책을 기록했다. 이 실책은 실점으로 연결됐다.
롯데도 무더기 실책을 쏟아냈다. 모두 실점과 연관이 되어 있었다. 4회 무사 1루 상황에서 이성규의 라인드라이브 타구 때 중견수 안권수가 정면 타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다. 명백한 실수이자 실책이었다. 결국 추가 2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어진 5회에도 선두타자 김재성의 타구를 1루수 고승민이 막아내지 못했다. 강습 타구였지만 전문 1루수라면 충분히 막아낼법한 타구였다. 고승민은 이제 전문 1루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참작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변명할 수 없는 실책이었다. 결국 이 실책을 시작으로 롯데는 5회에만 6실점 했다. 과정에는 우익수 잭 렉스의 홈 송구 실책도 있었다. 포수 유강남이 공을 한 번에 받지 못한 책임도 있었다.
아울러 어이없는 주루사도 나왔다. 롯데의 8회초 1사 1,3루에서 안치홍의 좌익수 희생플라이가 나왔다. 3루 주자는 홈을 밟았다. 그러나 1루 주자 윤동희가 2루를 밟고 오버런을 한 뒤 1루로 귀루할 때 2루를 밟지 않고 돌아왔다. 삼성 내야진의 어필플레이로 윤동희가 아웃이 되면서 다소 어이없이 이닝이 마무리 됐다. 윤동희의 본헤드 플레이였다.
타격전은 팬들이 즐길 수 있지만 실책 퍼레이드는 팬들도 마음껏 즐길 수 없다. 실책으로 경기가 혼탁해지면 보는 이들도 피로해질 수밖에 없었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아직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리고 있다.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WBC 4강전에서는 일본과 멕시코가 경기 중후반까지 엎치락뒤치락 명승부를 펼쳤다. 일본이 9회말 무라카미 무네타카의 끝내기 2타점 2루타로 6-5로 경기를 극적으로 뒤집었다.
이미 1라운드에서 탈락한 한국은 전 세계 야구인들의 축제를 만끽할 수 없다. 1라운드에서 탈락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라는 재확인했고 리그 경쟁력과 수준도 세계 정상급에 도달하기에는 멀었다는 것을 시범경기를 통해서 다시금 절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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