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이스가 나쁘지 않다".
삼성 라이온즈 오른손 투수 이승현(32)은 시범경기에서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일 현재 세 차례 마운드에 올라 3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을 내주지 않고 삼진 4개를 솎아냈다.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0.00.
20일 대구 롯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승현은 "최근 페이스가 나쁘지 않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무실점 행진 비결이 궁금했다. "오프 시즌 중 가동성 및 유연성 강화 훈련을 소화한 뒤 직구 구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게 이승현의 설명. 그는 "어제(19일) 불펜 피칭할 때 컨디션이 좋지 않아 평소보다 더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헛스윙이 나오는 걸 보고 그 훈련 효과인가 싶었다. 덕분에 자신감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늘어나면서 이승현도 구속 향상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구속 향상은커녕 장점마저 잃어버렸다. "제 장점은 제구라고 여겼는데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늘어나면서 구속을 많이 의식했던 거 같다. 키킹할 때 멈춤 동작을 했었는데 스피드업에 영향을 줄까 봐 안 했다가 결국 다시 돌아왔다".
그는 구속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장점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며 핀포인트 제구를 되찾았다. "다시 좋아졌다. 캠프 때부터 볼넷을 주지 말자는 목표를 세웠는데 아직까지 볼넷을 내주지 않았다"고 했다.
2010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그이지만 개막 엔트리 승선 경험은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개막전에 맞춰 페이스를 조절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 오승환과 우규민을 교과서 삼아 열심히 배우고 있다.
박진만 감독은 전 포지션의 무한 경쟁을 예고했다. 필승조 구성은 현재 진행형. 연차와 이름값에 상관없이 좋은 기량을 뽐낸다면 누구나 필승조의 일원이 될 수 있다. 이승현은 "기회가 열려 있으니 욕심이 나는 게 사실이다. 제가 중고참이지만 아직 제 자리가 없는데 필승조에 들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시범경기부터 잘해서 필승조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WBC 대회를 지켜본 그는 "역시 실투는 위험하다는 걸 느꼈다. 100마일의 빠른 공도 실투는 안 된다. 일본 투수들의 하체 밸런스를 보면서 유연성 및 가동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했다.
이승현은 피칭 레퍼토리에 커브를 추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뭔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단다. "커브를 연습하고 있는데 손재주가 없어 3년째 연습만 한다. 원래 새 구종을 익히는 데 3년 정도 걸리는데 커브는 유독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팀내 투수 가운데 커브를 주무기로 활용하는 좌완 이승현, 이재익, 문용익에게 어떻게 하면 잘 던질 수 있는지 물어봐도 자신의 주무기로 만드는 건 쉽지 않다. 이승현은 "캐치볼 할 때 잘 되는데 마운드에서는 뜻대로 안 된다. 역시 타고나야 하는 건 확실히 있다"고 했다.
지난 19일 대구 KT전에 8443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많은 관중 앞에서 던지는 게 좋다"는 이승현은 4-1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문상철, 대타 최성민, 김준태를 꽁꽁 묶으며 세이브를 따냈다. 프로 데뷔 후 1군 무대에서 세이브를 신고하지 못했던 그는 "1군 무대에서 세이브를 달성하는 게 꿈인데 간접적으로 경험했다"고 씩 웃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