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타자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홈런 1위와 타점 1위에 올라 개인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미국 WBC 대표팀의 초호화 라인업의 파워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미국의 트레이 터너(필라델피아)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쿠바와 4강전에서 9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터너는 2-1로 앞선 2회 2사 후 쿠바 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쏘아올렸다.
9-2로 앞선 6회에는 윌 스미스의 2루타, 맥닐 볼넷으로 만든 1사 1,2루 찬스에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5타수 3안타 2홈런 4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터너는 전날(19일) 베네수엘라와 8강전에서 극적인 만루 홈런을 쏘아올렸다. 7-9로 뒤진 8회 무사 만루,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한가운데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결승 그랜드슬램을 터뜨리며 ‘영웅’이 됐다.
8강전과 4강전에서 홈런을 몰아친 터너는 5경기에서 타율 3할6푼8리(19타수 7안타) 4홈런 10타점 5득점을 기록 중이다. 홈런은 한국의 김하성(샌디에이고, 3개)을 제치고 단독 1위, 타점은 일본의 요시다 마사타카(10개)와 공동 1위다.
터너는 8강전과 4강전 모두 9번타자로 출장했다. 미국 대표팀의 라인업이 화려하기에 지난 겨울 필라델피아와 11년 3억 달러의 대박 FA 계약을 한 터너는 9번까지 내려갔다.
2017년 이후 6년 만에 열린 이번 대회에서 미국은 초호화 라인업을 꾸렸다. 지금까지 WBC에 출전하지 않았던 최고 스타 마이크 트라웃이 출전했고, 무키 베츠, 폴 골드슈미트, 놀란 아레나도 등 내로라 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뭉쳤다.
MVP 출신만 3명이다. 트라웃은 아메리칸리그 MVP를 3차례(2014년, 2016년, 2019년) 수상했고, 베츠(2018년 아메리칸리그)와 골드슈미트(2022년 내셔널리그)도 MVP 수상 기록이 있다. 미국은 베츠-트라웃-골드슈미트의 MVP 1~3번 라인업으로 시작한다.
2019년 데뷔 첫 해 53홈런으로 내셔널리그 홈런왕을 차지했고, 지난해 40홈런을 친 우타자 피트 알론소는 베네수엘라와 8강전에는 대타로 출장할 정도다. 우완 선발 투수에는 좌타자(카일 터커)가 선발 출장하고, 좌완 선발 투수 상대로는 우타자(알론소)가 선발 라인업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미국은 6경기에서 팀 타율 3할1푼(5위), OPS .969(2위), 47득점(1위)를 기록 중이다. 팀 마운드가 평균자책점 4.33(6경기 52이닝 25실점)으로 평범한데, 타선의 힘을 앞세워 결승까지 진출했다. 8강전에서 난타전 끝에 베네수엘라를 9-7로 꺾었고, 4강전에서 쿠바에 14-2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터너의 한 경기 멀티 홈런은 WBC에서 미국 팀 역대 2번째 기록이다. 2006년 대회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켄 그리피 주니어가 홈런 2방을 때렸는데, 17년 만에 터너가 2번째 기록을 세운 것이다. 공교롭게 그리피 주니어는 지금 미국 대표팀의 타격코치로 함께 뛰고 있다.
터너는 19일 베네수엘라와 8강전에서 만루 홈런을 터뜨렸는데, 20일 쿠바전에도 4타점을 기록해 2경기 연속 4타점 이상을 작성했다. WBC 역대 최초 진기록이다.
MLB.com은 터너의 징크스에 관한 재미있는 얘기를 소개했다. 터너는 6회 스리런 홈런을 친 후 배팅 장갑을 벗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장갑에 작은 구멍이 난 이유도 있지만 홈런 2방을 때린 배팅 장갑을 쿨하게 벗어던졌다.
터너는 "미신을 믿는 사람이 아니다. 2020년에 13경기,14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이어갈 때 '배팅 장갑을 바꾸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시 타격코치였던 케빈 롱이 "배팅 장갑이 아니다. 아무도 배팅 장갑에 관심 없다"고 말해줬고, 나는 더 이상 그런 것(미신)에 신경쓰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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