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야구 대표팀 사상 최초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출을 이끈 벤지 길(51) 감독이 뜬금없이 한국 야구를 언급했다. 또 한 번 WBC 1라운드 조기 탈락 쓴잔을 들이켰지만 야구를 계속 보는 한국 사람들의 변함없는 야구 사랑을 이야기해 눈길을 끈다.
2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일본과 2023 WBC 4강 준결승을 치르는 길 감독은 지난 20일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 일본 선수들에 대한 분석이 얼마나 잘 돼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길 감독은 “우리는 많은 영상과 정보를 갖고 있고, 일본전을 위한 준비가 아주 잘 돼 있다”며 “일본에는 훌륭한 스타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메이저리그에 뛰는 스타들만큼 많이 알진 못한다. 그래서 난 WBC 같은 대회를 좋아한다. 각 지역과 나라에 있는 스타들이 세계적인 스타가 될 기회”라고 말했다.
멕시코 4강을 이끈 외야수 랜디 아로자레나(탬파베이)를 예로 든 길 감독은 “그는 이제 야구계 스타”라고 말하면서 갑자기 한국을 언급했다. “또 예로 들면 한국이 있다. 한국은 야구를 좋아한다. 불행하게도 이번 WBC에서 8강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경기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사람들은 멕시코, 일본, 미국, 쿠바에서 온 스타들을 볼 것이다”며 “쿠바에서 온 스타들은 훌륭한 역사를 갖고 있지만 미국 사람들도 그들을 잘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들과 경기하는 쿠바 스타들을 본다. 나라별로 팀과 선수의 능력을 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가 아니더라도 해외 각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WBC는 자신을 알리는 기회가 되고 있다. 나라별 야구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야구 세계화를 설명하며 WBC 의미를 강조한 길 감독이 어떻게 알았는지 조기 탈락에도 야구를 계속 사랑하는 한국을 언급한 게 이채롭다.
비록 WBC 결과는 실망럽지만 지난 주말 KBO리그 시범경기에는 10경기에서 총 5만3577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유료 입장에도 불구하고 식지 않은 야구 인기를 과시했다.
한편 현역 시절 내야수였던 길 감독은 지난 1991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9순위로 텍사스 레인저스에 지명된 유망주 출신. 1993년 데뷔 후 2003년 애너하임 에인절스까지 메이저리그 8시즌 통산 604경기 타율 2할3푼7리 381안타 32홈런 171타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은퇴 후 멕시코리그팀 코치를 거쳐 지난해부터 LA 에인절스 내야수비 코치를 맡고 있다.
2020년부터 대표팀 감독을 맡아 이번에 멕시코 최초 WBC 4강을 이끈 길 감독은 “멕시코의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선수들을 알릴 수 있어 좋다. 그들은 이제 멕시코 스타다. 주목받고 인정받으면서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멕시코의 아이들에게도 야구의 문을 열어줄 수 있게 됐다. 우리 팀에 감사하고, WBC 대회에도 감사하다”고 고마워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