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새 외국인 투수 버치 스미스(33)에게 침 치료가 발달한 한국은 운명 같은 곳일지도 모른다. 미국에 있을 때부터 ‘침 마니아’였던 스미스에게 이만한 나라가 없어 보인다.
한화가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액 100만 달러를 꽉 채워 영입한 스미스는 1선발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실전 4경기에서 12⅔이닝 4피안타 3볼넷 1사구 9탈삼진 1실점 평균자책점 0.71로 순조롭게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0일 대전 SSG전에도 스미스는 4회 1사까지 노히터로 막는 등 4⅓이닝 1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위력투를 펼쳤다.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와 던지는 스미스의 직구는 최고 154km, 평균 150km로 측정됐다. 타자 앞에서 떠오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볼끝이 살아 움직인다.
한눈에 봐도 터질 것 같은 두꺼운 허벅지, 탄탄한 하체 힘이 스미스 강속구의 원천. 여기에 자신만의 확고한 운동 방법과 생활 습관으로 공의 묵직함을 더한다. 스미스는 “매일 경기장에 와서 스트레칭으로 보강 운동을 하며 다음에 어떤 운동이 해야 할지 계획을 짠다. 러닝을 주로 한다”며 “물을 많이 마시고 잠도 충분히 잔다. 병원에 가서 침도 맞으면서 건강 유지에 신경쓴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미국에 있을 때부터 침 맞는 것을 좋아해 꾸준히 하고 있다. 침을 맞고 나면 몸의 회복이 빠른 것이 느껴진다. 2015년부터 거의 10년 가까이 됐다”며 “미국에서 침을 맞는 게 흔한 것은 아니지만 몇몇 선수들이 한다. 그들을 따라 처음 맞았는데 효과가 좋아 지금까지 하고 있다. 한국에 와선 (대전) 야구장 근처 병원을 다닌다”고 이야기했다.
스미스의 숨은 매력은 또 한 가지 더 있다. 지난해 12월 한화와 계약을 마친 뒤 구단이 배포한 보도자료 사진을 보면 스미스는 왼손으로 볼펜을 쥐고 사인하고 모습이 나와 있다. 실제 스미스는 공만 오른손으로 던질 뿐, 실생활은 전부 왼손으로 하는 왼손잡이다.
지난해 KBO가 40주년 기념으로 선정한 40인 레전드 3위로 타자 중 최고 순위에 오른 ‘야구 천재’ 이종범 LG 주루코치도 왼손잡이이지만 야구는 오른손으로 했다. 왼손잡이용 글러브가 귀하던 시절에 어쩔 수 없이 우투우타가 돼야 했지만 스미스는 “예전부터 모든 운동을 할 때 오른손으로 했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다”며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독특한 매력이 있는 스미스는 주변 사람들과도 남다른 인연이 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과는 지난 2019년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 시절 함께한 인연이 있다. 당시 수베로 감독은 밀워키 1루 베이스코치, 내야수비코치였다. 스미스는 “그때부터 수베로 감독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한화에 오기로 결심한 데에는 수베로 감독의 존재도 크게 작용했다. 야구에 대한 지식이 많고 열정적이다. 어린 선수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질문을 하면서 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좋은 지도자라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한화의 새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와는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팀메이트가 됐다. 해외의 다른 리그에서 2년 연속 같은 팀이 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스미스는 “오그레디와 인연이 한국까지 이어져 뜻깊다. 올 시즌 정말 재미있게 같이 야구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