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유격수’ 김재호(38)가 올 시즌 유격수 포지션에 무혈 입성할 거라고 예상했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이승엽호의 포지션 경쟁에는 경력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승엽 감독의 눈에는 모두가 오디션에 참가한 간절한 지원자일 뿐이다.
지난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시범경기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주전 유격수를 아직 결정할 수 없다. 후보 3명 모두 고만고만하다”라고 유격수 포지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두산은 왕조 유격수 김재호의 FA 계약 기간이 올해로 만료됨에 따라 작년 마무리캠프부터 후계자 물색에 착수했다. 지난 2021년 김재호(2004년) 이후 17년 만에 내야수로서 1차 지명된 안재석과 지난해 전역한 이유찬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고, 팀의 방향성을 전달받은 조성환 코치가 호주 스프링캠프서 이들의 수비력 향상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시범경기 개막과 함께 주전 유격수 오디션을 개최한 이승엽 감독. 현재로서는 특별히 마음에 드는 선수가 없다. 안재석은 여전히 불안한 수비와 함께 시범경기 6경기 타율 1할8푼2리(11타수 2안타)의 부진에 빠져 있고, 이유찬의 7경기 타율 또한 2할(15타수 3안타)에 머물러 있다. 두 선수 모두 한 팀의 주전 유격수를 맡기엔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 감독은 “본인들이 주전이 되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욕심을 갖고 더 보여줘야 한다. 지도자는 직접 플레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독려하는 역할밖에 할 수 없다.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서포트할 뿐이다”라고 이들의 분발을 요구했다.
베테랑 김재호 또한 예외는 없다. 그 역시 오디션의 참가자일 뿐이며, 선수 본인이 호주 스프링캠프서 “다시 팬들에게 박수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재기 의지를 밝혔다. 이 감독은 “김재호, 안재석, 이유찬 모두 내 성에 차지 않는다. 다 아쉽다”라고 힘줘 말하며 “프로야구 주전 유격수로 뛰려면 스피드, 공격, 수비 중 다른 선수들보다 월등한 파트가 있어야 한다. 내 눈에는 다 부족하다”라는 시선을 드러냈다.
사령탑은 어렵더라도 남은 7경기를 통해 어떻게든 주전 유격수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감독은 “김재호는 실적이 많은 베테랑이고, 이유찬, 안재석은 잠재력이 뛰어나다. 그만큼 경쟁을 통과하지 못한 2명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라며 “그래도 어떻게 하겠나. 프로는 경쟁의 세계라 어쩔 수 없다. 남은 시범경기 기간 동안 판단을 잘해보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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