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세리머니死…또 고개 숙인 천재타자 “너무 죄송스러워, 지금도 반성 중”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3.21 05: 30

KT 간판타자 강백호(24)가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저지른 실수에 대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2022시즌 부진과 연봉 삭감의 아픔을 딛고 WBC 준비에 만전을 기했던 강백호. 미국 스프링캠프에서의 특훈이 통했을까. 강백호는 WBC 1라운드 B조 예선 전 경기(4경기)에 출전해 타율 5할(14타수 7안타) 2타점 OPS 1.143의 맹타를 휘둘렀다. 이정후, 양의지, 박건우 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대표팀 내 10타수 이상을 소화한 선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강백호는 웃을 수 없었다. 8강 진출의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이른바 ‘세리머니사’로 국민적 공분을 샀기 때문. 프로답지 않은 본헤드플레이로 추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고, 경기 후 세계 야구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경기종료 후 KT 강백호가 이강철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3.03.20  / soul1014@osen.co.kr

호주전을 벤치에서 출발한 강백호는 4-5로 뒤진 7회 1사 후 최정의 대타로 타석을 밟았다. 이후 2B-0S에서 호주 투수 워윅 서폴드의 3구째 체인지업을 공략해 2루타로 연결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인플레이 상황에서 3루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세리머니를 하다가 발이 잠시 2루 베이스에서 떨어졌고, 그 사이 2루수 로비 글렌디닝의 글러브 태그에 아웃을 당했다. 최초 판정은 세이프였지만 비디오판독 끝 발이 떨어진 순간 태그가 이뤄진 게 확인되며 이름도 생소한 세리머니사를 당했다. 후속 양의지가 안타를 쳤기에 강백호의 실수를 향한 아쉬움과 질책은 더욱 커졌다.
7회말 2사에서 대표팀 강백호가 2루타를 날리고 뒤에 호주 2루수가 있는 줄 모르고 더그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다 태그아웃을 당하고 있다. 원심은 세이프였지만 호주의 비디오 판독 요청 결과 원심 번복. 2023.03.09 /spjj@osen.co.kr
지난 20일 수원 두산전에서 만난 강백호는 “아쉽다. 너무 아쉽다”라고 한숨을 쉬며 “개인 성적은 괜찮았지만 내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려서 아쉬움과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 지금도 반성을 하고 있다”라며 “좋은 선수들과 좋은 조건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사실 준비를 덜해서, 또 경기를 못해서 졌다기보다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 어떤 일이든 후회는 무조건 남는다. 경기를 이겨도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기 마련이다. 강백호는 이번 WBC를 통해 또 한 번 성장했고, 최정예 전력을 꾸린 국가들과 상대하며 견문을 넓혔다. 그는 “지금 TV에 나오는 선수들을 보면 솔직히 멋있다. 그리고 난 그들과 함께 플레이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라 보고 배울 점이 많았다. 눈이 많이 높아졌고 좋은 공도 많이 보고 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득을 짚은 강백호의 낯빛은 금세 어두워졌다. 강백호는 “그럼에도 이번 태극마크는 아쉬웠다. 죄송스럽다”라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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