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라운드 지명 후 5년 동안 방황의 시간을 보냈던 박신지(24·두산)가 입단 6년차인 올해 이승엽호 선발 경쟁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신지는 지난 1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4피안타 2볼넷 1실점 호투로 5선발 경쟁의 우위를 점했다. 1회 1사 1, 2루 위기서 황대인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선취점을 내줬지만 2회부터 안정된 투구와 함께 위기관리능력을 뽐내며 아웃카운트 12개를 책임졌다. 투구수는 56개.
지난 10일 경기에 이은 2경기 연속 호투였다. 박신지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4회 2사까지 6탈삼진 퍼펙트 행진을 펼치는 등 4이닝 피안타 없이 1볼넷 1사구 무실점의 안정감을 뽐내며 이미 한 차례 이승엽 감독의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지난해 평균자책점이 6.71에 그쳤던 박신지에게 무슨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최근 현장에서 만난 그는 “호주에서 지금까지 하던 거를 조금 버리고 변화를 시도했다. 연습량을 많이 가져갔고, 웨이트트레이닝도 열심히 하다 보니 나만의 투구폼이 조금씩 정립되는 느낌이다. 제구력을 잡기 위해 하체 쪽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그 결과 릴리스포인트가 안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신지는 경기고를 나와 2018 신인드래프트서 두산 2차 1라운드 10순위 지명을 받았다. 당시 배명고 출신 1차 지명 곽빈과 함께 향후 두산 마운드를 이끌 우완 듀오로 주목을 받았고, 데뷔 첫해 17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3.00의 가능성을 보였다. 군 입대 전까지 항상 1군 스프링캠프에서 주축 선배들과 함께 훈련을 진행한 그였다.
2019년부터 2년 통산 4경기 출장에 그친 박신지는 2020년 6월 상무로 입대해 일찌감치 병역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2022년 다시 1군 무대로 돌아왔지만 29경기 1승 6패 평균자책점 6.71로 부진했다. 김태형 전 감독은 “좋은 공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걸 살리지 못한다. 제구가 늘 흔들린다”라고 박신지의 재능을 아까워했다.
올해만큼은 반드시 잠재력을 터트린다는 각오다. 박신지는 “매년 그랬듯 올해 역시 잘하고 싶다. 이제 나이를 먹어가니까 더 그런 마음이 든다”라며 “올 시즌 힘닿는 데까지 최대한 열심히 해서 선발 경쟁자들과 좋은 경쟁을 펼칠 것이며, 모두가 두산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고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두산 팬들에게는 어느 순간 기대주에서 애증의 선수가 된 박신지. 그는 팬들을 향해 “지금까지 좋은 모습을 자주 보여드리지 못했는데 올해는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야구장에서 내가 등판하는 경기를 보면서 많이 웃으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두산은 외국인투수 딜런 파일이 캠프 도중 타구에 머리를 맞아 빨라도 오는 4월 중순은 돼야 복귀가 가능하다. 여기에 이승엽 감독이 아직 5선발을 정하지 못하며 라울 알칸타라, 곽빈, 최원준의 뒤를 이을 선발투수 2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자리를 두고 박신지, 최승용, 김동주가 경쟁 중인 가운데 박신지가 마침내 알을 깨고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