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스 홈런왕 출신 이성규(삼성)가 시범경기에서 슬러거 DNA를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팀내 타자 가운데 장타 생산 능력은 만큼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으나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 시즌 퓨처스 캠프에서 출발한 그는 뚜렷한 성과를 내며 1군 캠프에 합류하는 데 성공했고 꾸준히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18일 현재 김태훈(외야수)과 함께 팀내 홈런 부문 공동 선두를 질주 중이다. 영양가도 만점. 지난 15일 대구 LG전. 1점 차 앞선 8회 무사 1,2루서 LG 좌완 이우찬을 상대로 좌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LG의 거센 추격을 받았던 삼성은 8회 빅이닝을 완성하며 14-8로 승리했다.
18일 KT와의 홈경기에서도 2-4로 뒤진 8회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125m 짜리 대형 아치를 그렸다. 삼성은 이성규의 홈런과 김태훈의 2타점 적시타로 5-4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초반에는 이상하게 긴장되고 압박을 느꼈는데 첫 홈런이 터지고 나서 자신감이 생겼다". 이성규의 말이다.
외야 수비에 대한 자신감도 더욱 커졌다. 강봉규 코치와 박찬도 코치의 도움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는 "강봉규 코치님과 박찬도 코치님께서 수비 훈련을 많이 시켜주셔서 잘 적응하고 있다. 잘 가르쳐주신 덕분에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팀내 홈런 부문 공동 선두를 질주 중인 그는 "아직 몇 타석 들어선 게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고 자신을 낮추며 배영섭 타격 보조 코치와 오재일의 이야기를 꺼냈다.
"배영섭 코치님과 재일이 형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특히 재일이 형이 '타이밍이 너무 왔다 갔다 하니까 타격할 때부터 포인트 하나 잡고 쳐보라'고 조언해주셨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성규에게 변화구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그는 발상의 전환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솔직히 그 부분에 있어 많이 고민했는데 거기에 빠지다 보니까 제 장점인 적극적인 스윙이 안 나오더라. 그러다 보니 직구에 계속 늦고 제 스윙을 하지 못했다. 어차피 저는 (방망이를 크게) 돌리는 타자니까 삼진을 많이 당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제 생각을 바꿨다".
박진만 감독은 "이성규가 그동안 1군과 퓨처스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는데 자신감이 붙으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다. 워낙 재능이 있는 선수니까 언제 터질지 모른다.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에 이성규는 "원래 제가 생각이 많은 편이다. 제 스타일을 바꾸고 싶은데 경기를 한 타석 한 타석 나가다 보니 거기서 결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 작아지고 그랬다. 그것 조차 제가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다. 잘 되면 자신감을 얻을 테고 극복해야 한다. 핑계 댈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박진만 감독이 말한 대로 이성규는 잠재 능력이 풍부한 만큼 언제 터질지 모른다. 특히 건강한 이성규는 상대 투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올해는 몸 상태도 괜찮고 크게 아픈 곳도 없다. 컨디션이 아주 좋은 편"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2020년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 달성 후 부상과 부진에 시달렸던 이성규. 고난의 세월을 보냈던 그는 어떻게 하면 방망이를 잘 칠 수 있을지 혼자 연구하고 잘 치는 타자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 "3년 전에는 막무가내로 휘둘렀는데 이젠 저만의 생각을 가지고 타석에 들어선다"는 이성규. 박진만호의 새로운 활력소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