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홈런보다 짜릿한 슈퍼 캐치였다. 멕시코 야구 사상 첫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을 이끈 외야수 랜디 아로자레나(28·탬파베이 레이스)의 야구 인생에 잊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었다.
아로자레나는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3 WBC 8강 푸에르토리코와의 단판 승부에서 1번타자 좌익수로 선발출장, 3타수 1안타 2볼넷 1득점으로 활약하며 멕시코의 5-4 승리를 이끌었다. 멕시코의 WBC 사상 첫 4강 진출로 오는 21일 일본과 4강 준결승전을 갖는다.
아로자레나의 결정적인 호수비가 있었다. 5-4로 쫓긴 8회 1사 1루에서 푸에르토리코 엠마누엘 리베라가 좌중간 펜스 쪽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풀카운트에서 스타트를 끊은 1루 주자까지 홈에 들어올 수 있는 2루타성 타구. 푸에르토리코로 경기 흐름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멕시코에는 좌익수 아로자레나가 있었다. 머리 위로 넘어가는 잡기 어려운 타구였지만 워닝 트랙 앞에서 점프 캐치에 성공했다. 이어 손으로 펜스를 짚은 뒤 곧바로 1루에 강한 송구까지 하며 후속 플레이도 잊지 않았다.
1루 주자까지 더블 아웃을 잡아내진 못했지만 푸에르토리코의 추격 흐름을 꺾은 결정적인 플레이. 아로자레나는 양팔을 벌려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고, 투수 제이크 산체스를 비롯해 멕시코 동료들이 환호했다.
경기 후 ‘폭스스포츠’ 방송 인터뷰에서 아로자레나는 슈퍼 캐치 순간에 대해 “빅리그에서 친 어떤 홈런보다 좋았다. 월드시리즈에서 홈런을 쳤을 때보다 좋았다. 오늘 캐치가 최고였다”고 말했다.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도 아로자레나는 ‘야구하면서 최고의 순간’을 묻는 질문에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8회 그 캐치”라고 재확인하며 “믿을 수 없는 기분이다. 나의 커리어에 있어 놀라운 순간들이다”고 WBC 활약에 기뻐했다.
쿠바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로자레나는 지난 2015년 멕시코로 망명했다. 201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 후 2019년 빅리그에 데뷔했고, 이듬해 1월 탬파베이로 트레이드됐다. 2020년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하며 탬파베이의 준우승을 이끈 그는 월드시리즈도 홈런 3개를 터뜨리며 큰 경기에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2021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상을 받는 등 최근 2년 연속 탬파베이에서 20홈런을 터뜨린 아로자레나는 지난해 4월 멕시코 시민권을 취득했다. 멕시코 대표로 이번에 WBC 무대를 처음 밟았다. 조별리그 C조 MVP에 선정되는 등 WBC 5경기에서 17타수 8안타 타율 4할7푼1리 1홈런 9타점 5볼넷 4삼진 OPS 1.566으로 대폭발했고, 8강전에서 결정적인 캐치로 멕시코 4강 진출의 일등 공신이 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