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19)는 지난해 9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키움에 지명되면서 ‘포수 겸 투수’라고 불렸다. 스스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처럼 시도해보고 싶다”며 투타겸업에 야망을 드러냈다.
선수의 한계를 규정짓지 않는 키움은 김건희에게 최적의 팀이었다. 키움 구단도 김건희의 투타겸업 도전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투수와 타자로 모두 훈련했다. 야수로는 1루 수비를 연습한 김건희는 시범경기 들어서도 투타에서 전부 기회를 받고 있다.
그러나 투수로 첫 등판에서 무너졌다. 지난 14일 고척 KT전에서 6회 구원등판했지만 ⅓이닝 1피안타 2볼넷 1사구 4실점으로 난조를 보였다. 총 17개 공 중에서 볼이 13개로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이틀 뒤인 16일 고척 KIA전에선 타자로 나서 8회 역전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1-2로 뒤진 8회 2사 만루에서 좌완 김대유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뜨려 팀에 시범경기 첫 승을 안겼다.
경기 후 김건희는 “투수로 처음 등판해 프로의 쓴맛을 느꼈다. 그래도 투수와 타자는 다르다는 생각으로 타석에서 기죽지 않고 신인다운 패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좋은 결과가 있었고, 내게 뜻깊은 추억이 될 것 같다”며 투타겸업에 대해선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하진 못하겠다. 아직까지 한쪽을 그만두지 않았다. 다음에 기회가 오면 자신 있게 내 공을 뿌리고 싶다”며 투수에 대한 미련도 보였다.
사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캠프 때부터 투수보다 타자로서 김건희의 재능을 높게 봤다. 김건희는 원주고 3학년이었던 지난해 5월 엄지 부상을 당한 뒤 포수에서 투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투수를 한 지 1년도 되지 않았고, 아직 완성도가 떨어진다. 반면 타격에선 거포로 성장할 자질을 인정받고 있다.
마음 같아선 타자에 전념시키고 싶지만 선수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홍 감독은 “선수가 다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계속 하면서 어느 쪽에 비중을 둬야겠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납득하는 때가 올 것이다”며 억지로 선수의 뜻을 꺾지 않겠다고 했다. 신인이지만 선수의 뜻을 존중하며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오히려 홍 감독은 “나이답지 않게 성격도 쾌활하고 붙임성이 좋아 선배들과 잘 융화도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칭찬하며 “한두 타석 갖고 좋다, 안 좋다 평가하기 그렇지만 타격에 재능이 있는 건 확실하다. 더 많은 타석을 소화하며 어떻게 적응할지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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