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순위 신인의 재능은 ‘진짜’였다. 한화 투수 김서현(19)이 156km 투심 패스트볼을 앞세워 공식 경기에서 첫 홀드를 기록했다. 시범경기부터 무한한 잠재력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김서현은 지난 18일 대전 키움전 시범경기에 5-2로 앞선 7회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첫 등판이었던 지난 14일 대전 KIA전에 1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제구 난조로 다소 고전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3-5로 2점 뒤진 상황에서 나온 첫 등판과 달리 이날은 3점 리드 상황에서 일종의 ‘필승조’ 테스트를 받았다. 임지열과 김건희를 연속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가볍게 투아웃을 잡은 김서현은 이승원을 3루 땅볼로 잡고 삼자범퇴로 공식 경기 첫 홀드를 거머쥐었다.
총 투구수 16개로 스트라이크 10개, 볼 6개. 투심 패스트볼 13개, 커브 3개를 던졌다. 패스트볼이 전부 포심이 아닌 투심으로 분류됐다. 구속은 최고 156km, 평균 154km. 볼끝이 꿈틀대면서 존 근처에서 살짝 가라앉는 투심에 키움 타자들이 좀처럼 컨택하지 못했다. 팔 각도가 사이드암에 가까운 스리쿼터라 우타자들에게 특히 더 까다롭게 보였다.
이날 김서현은 16개의 공을 던져 무려 7번의 헛스윙을 빼앗아냈다. 그 중 5번의 헛스윙이 투심이었다. 임지열은 볼카운트 2B-2S에서 몸쪽으로 휘는 투심에 배트가 헛돌았고, 김건희도 1~2구 연속 몸쪽 낮게 깔리는 투심에 배트가 나왔지만 공을 맞히지 못했다. 결국 4구째 바깥쪽 커브에 헛스윙 삼진.
이승원도 김서현의 투심에 두 번이나 헛스윙했다. 3개의 볼을 골라내고 파울 커트도 한 번 하며 7구까지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지만 투심에 먹힌 타구가 나오면서 3루 땅볼 아웃됐다. 이마저 이날 김서현의 공에 유일하게 컨택이 된 타격이었다.
경기 후 김서현은 “지난번에는 포심으로만 던졌는데 오늘은 투심을 잡고 던졌다. 원래 투심을 안 던지려고 했는데 불펜에서 연습 투구를 할 때 ‘오늘 직구보다 투심이 더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들고 투심 위주로 던졌다. 그래서 타자들 헛스윙이 많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서현의 공을 받은 포수 박상언도 투심이 워낙 좋자 투심 사인을 계속 냈다. 투심 볼끝이 꿈틀대며 휘어지거나 가라앉는 것에 대해 김서현은 “의도한 것은 아니다. 투스트라이크에서 떨어뜨리는 공은 일부러 휘게 하려 했는데 상언이형이 ‘자연적으로 휘어지니 그렇게 의도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다음 경기에는 더 자연스럽게 해보겠다”고 말했다.
첫 등판에서 최고 158km, 평균 154km 직구를 뿌려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김서현. 두 번째 등판에선 156km 꿈틀대는 투심으로 또 한 번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한화에 들어온 미친 재능이 다음에는 또 무엇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