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외야 고민은 계속된다. 1년 전만 해도 쓸 만한 외야수가 없어 고민이었는데 지금은 누구를 빼야 할지 고민일 만큼 자원이 늘었다. 최대 6대1의 경쟁률이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지금 가장 고민이 되는 지점은 외야다. 굉장히 좋은 외야수들이 많다. 개막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아 2군에 가야 할 선수들도 개막 로스터급이다. 이명기의 가세로 뎁스가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한화는 외국인 타자 마이크 터크먼을 제외하면 확실한 주전 외야수가 없었다. 내야수 김태연이 외야 겸업을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지난 2년 내내 리빌딩 과정에서 여러 외야수들에게 기회를 줬지만 어느 누구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에 한화는 FA 시장에서 강타자 채은성을 영입하며 우측 외야에 큰 기둥을 하나 세웠다. 새 외국인 타자로 데려온 브라이언 오그레디도 좌익수로 외야 주전 두 자리는 일단 채웠다. 이제 남은 한 자리를 두고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기존 선수들과 새로 온 선수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존의 노수광, 장진혁, 이진영, 이원석이 분발하고 있다. 노수광은 타격 준비 자세에서 방망이를 눕혀 스윙을 간결하게 만들며 캠프 때부터 맹타를 치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2021년 처음 봤을 때 기대했던 노수광의 모습이 보인다. 그때 짧은 스윙이 다시 나오고 있다. 발이 빠른 선수이고, 상위 타선에 들어갈 수 있는 후보”라고 기대했다.
지난겨울 호주 질롱 코리아를 다녀온 20대 젊은 피들도 스텝업할 조짐이다. 장진혁과 이원석은 수비와 주루에 강점이 있고, 이진영은 펀치력을 갖춰 캠프 때부터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장진혁은 굉장히 좋은 툴을 갖고 있고, 이원석은 재능만 봤을 때 가장 중견수다운 선수다. 이진영도 훨씬 좋아진 몸 상태로 캠프에 와서 노시환과 MVP를 다툴 만큼 잘했다”고 칭찬했다.
여기에 새로 합류한 선수들이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지난달 중순 NC와 FA 계약 후 트레이드로 넘어온 베테랑 이명기가 퓨처스 캠프를 거쳐 지난 14일 1군에 합류했다. 시범경기에선 7타수 무안타로 침묵 중이지만 컨택에 강점이 있는 선수라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면 타격에서 확실한 장점을 보일 수 있다.
신인 내야수 문현빈도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캠프에서 종종 중견수 수비를 연습했는데 시범경기에서 첫 선발 중견수로 나선 지난 16일 대전 KT전에서 머리 위로 넘어가는 장타성 타구를 캐치하는 등 기대 이상 적응력을 보였다. 타격에 재능이 뛰어나고, 야구 센스나 집중력도 좋아 수베로 감독의 마음을 제대로 훔쳤다.
수베로 감독은 “외야는 두 자리(채은성·오그레디) 외에 정해진 게 없다. 계속 경쟁이다. 주어진 자리가 없는 진짜 경쟁이다”며 “채은성과 오그레디는 1루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둘 중 한 명이 1루를 보는 날은 외야에 한 자리가 더 난다. 외야 뎁스가 풍족해지면서 수베로 감독의 선택지도 몰라보게 다양해졌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