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야구에 진심이다.”
일본 도쿄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마치고 돌아온 한국야구대표팀 관계자들은 일본 선수들의 압도적인 수준이나 경기력만큼 국민적인 지지와 열기에 놀랐다. “전 세계 어디도 일본을 못 따라간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야구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추앙하는 야구의 나라다. 경기 중 시끌벅적하다가도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만큼은 모두가 숨죽여 지켜볼 정도로 관중들의 야구 관람 문화도 성숙하다.
이번 WBC에서 역대 최고 전력으로 평가받는 일본 대표팀은 1라운드 조별리그부터 8강 토너먼트까지 5전 전승을 거두며 4강에 진출했다. 투타겸업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를 앞세워 국민적인 성원을 받으면서 일본 내 WBC 열기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실제 지난 16일 열린 일본과 이탈리아와의 8강전은 역대급 시청률이 나왔다. 17일 ‘스포츠닛폰’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TV 아사히계에서 생중계된 이날 경기 평균 가구 시청률은 48.0%에 달했다. 올해 일본 전 프로그램 통틀어 시청률 1위로 WBC 중계로도 역대 1위 기록을 경신했다.
앞서 지난 10일 한일전이 44.4%로 역대 WBC 경기 중 최고 시청률이었는데 7일 만에 이를 뛰어넘었다. 분당 최고 세대 시청률도 66.3%로 한일전 57.2%보다 더 높게 나왔다.
이번 WBC에서 일본이 치른 5경기 모두 시청률이 40% 이상 찍었다. 9일 중국전 41.9%, 10일 한국전 44.4%, 11일 체코전 43.1%, 12일 호주전 43.2%, 16일 이탈리아전 48.0%로 일본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WBC 야구 중계를 봤다.
지난해 11월 열린 축구 카타르 월드컵 시청률 기록도 넘었다. 독일, 스페인을 꺾고 16강에 오른 일본의 월드컵 최고 시청률은 조별리그 코스타리카전 42.9%. 일본 시간으로 오후 7시 시작된 코스타리카전을 빼고 나머지 경기가 심야나 새벽 시간대에 치러진 것을 감안해야 하지만 일본의 야구가 축구보다 훨씬 인기가 높은 건 부인할 수 없다.
관중 동원력도 일본이 WBC 참가국 중 최고다. 도쿄돔 안방에서 치른 5경기에 총 관중 20만8269명으로 평균 4만1654명의 구름 관중을 모았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4경기를 치른 미국은 총 14만6661명, 평균 3만6665명이 입장했지만 일본 상대가 되지 않았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최고 인기를 구가한 도미니카공화국도 4경기 총 13만6918명, 평균 3만4230명이었다.
일본의 야구 사랑은 자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15일 도쿄돔에서 열린 쿠바와 호주의 8강 토너먼트 경기에도 무려 3만5061명의 관중이 구장을 찾았다. 일본 경기가 아니었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안방에서 열리는 타국의 8강전도 찾아 응원하며 구장 분위기를 달궜다. 경기도 박빙으로 재미있게 흘렀고, 쿠바가 호주에 4-3으로 역전승했다.
앞서 8강 진출 후 숙소를 찾아온 일본 팬들에게 축하를 받은 호주 대표팀 데이브 닐슨 감독은 쿠바전 패배 후 “일본분들 앞에서 호주를 대표해 싸울 수 있었다. 정말 멋진 대회였다. 도쿄뿐만 아니라 캠프지였던 규슈까지 일본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호주 대표팀도 공식 SNS를 통해 ‘도쿄돔 전체가 우리를 위해 크게 응원하는 것을 들으면서 절로 겸허해졌다. 정말 멋있었다’며 일본팬들의 성원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