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위기를 딛고 현역을 연장한 장원준(38·두산)의 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아직은 컨디션이 다 올라오지 않은 시범경기이지만 그래도 초반 2경기 출발이 썩 유쾌한 모습은 아니다.
장원준은 지난 16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시범경기에 구원 등판해 1이닝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흔들렸다.
장원준은 0-1로 근소하게 뒤진 5회 김호준에 이어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출발은 산뜻했다. 첫 타자 안중열을 좌익수 뜬공, 후속 최보성을 루킹 삼진으로 잡으며 손쉽게 아웃카운트 2개를 늘렸다. 2아웃을 잡는 데 공 8개면 충분했다.
장원준은 2사 후 손아섭에게 풀카운트 끝 볼넷을 내주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서호철을 만나 좌중간 워닝트랙에 떨어지는 1타점 2루타를 헌납했고, 후속 김성욱에게 평범한 내야땅볼을 유도했지만 3루수 안재석이 1루 악송구를 범하며 2루주자 서호철에게 홈을 내줬다. 장원준은 천재환과도 8구까지 가는 긴 승부를 펼쳤으나 2루주자 정진기가 그가 친 타구에 맞는 행운이 따르며 이닝을 끝냈다. 투구수는 30개.
1985년생인 장원준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이승엽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현역 연장 의지를 어필했다. 선수의 진심을 헤아린 이 감독은 “우리 팀에 좌완투수가 부족해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129승을 거둔 투수가 다른 팀을 알아보고, 알아봤는데 잘 안 되면 불명예다. 본인이 은퇴 생각이 없는데 그만두라고 하는 건 아니다”라며 선수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장원준은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 신인과 같은 자세로 재기 시즌을 준비했다. 그 결과 캠프서 예년보다 훨씬 좋은 몸 상태와 구위를 선보였고, 이승엽 감독과 정재훈 투수코치의 좋은 평가 속 두산 좌완 불펜을 이끌 리더로 낙점 받았다. 장원준 본인도 호주에서 “6년 만에 캠프에서 통증 없이 피칭을 펼쳤다”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다만 시범경기 출발은 썩 좋진 않다. 14일 사직 롯데전 4회 1사 만루 위기 진화에 나섰지만 대타 유강남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했고, 16일 NC전 1자책점을 추가하며 2경기 평균자책점이 6.75(2⅔이닝 2자책)로 치솟았다.
그래도 고무적인 건 장원준이 모처럼 스프링캠프를 성공적으로 완주했다는 점이다. 이제는 그 동안 재기의 걸림돌이 됐던 부상도 없다. 사령탑 또한 지금은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시범경기이기에 129승 좌완의 재기를 우려보다 낙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감독은 “베테랑들은 시간을 조금 주려고 한다. 나도 베테랑 시절을 겪어봤지만 환경이 바뀌고 날씨가 추워지면 갑자기 부상이 올 수 있다. 그래서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배려할 것”이라고 플랜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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