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를 대표하는 ‘셀럽’의 면모다. 스타들의 슈퍼스타로서 오타니 쇼헤이(29)는 이 시대 야구의 ‘아이콘’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오타니는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가장 큰 화제를 불러오고 있는 선수다. 조국인 일본에서 1라운드와 8강전이 열린 영향도 있겠지만 오타니의 일거수일투족이 일본 현지 언론을 통해서 전해지고 있다. 과도한 관심은 부담감과 압박감으로 연결될 수도 있었지만 오타니는 관심을 온 몸으로 흡수하며 퍼모먼스로 보여줬다.
1라운드에서 타율 5할(12타수 6안타) 1홈런 8타점 5득점 7볼넷 1도루 OPS 1.684의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투수로도 일본의 첫 경기였던 9일 중국전 선발 등판해 4이닝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를 펼쳤다. 1라운드 B조의 MVP는 오타니의 몫이었다.
그리고 8강전 WBC에서 마지막 투타겸업을 시도했다. 소속팀 LA 에인절스로 돌아가면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나서야 하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이 필요했다. 그리고 오타니는 대회 마지막 등판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혼신의 힘을 짜냈다. 1구 씩 던질 때마다 기합 소리가 도쿄돔을 울렸다. 패스트볼 구속은 164km까지 나왔고 변화구 역시 147km를 찍는 등 오타니는 전력 투구를 펼쳤다. 그러다 힘이 떨어졌는지 5회에는 사구와 볼넷이 이어졌고 2실점 했다. 최종 기록은 4⅔이닝 4피안타 1볼넷 2사구 5탈삼진 2실점.
그러나 오타니의 기합소리는 자신이 경기에 임하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그라운드 인터뷰에서 “오타니의 기합 소리와 각오가 감독인 나를 포함한 선수들 전원에게 전해지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타석에서도 오타니는 기지를 발휘했다. 0-0이던 3회말 1사 1루에서 기습번트 내야안타로 이탈리아 수비를 흔들었고 이는 경기의 결정적인 터닝포인트가 됐다. 오타니의 기습번트는 이후 요시다의 땅볼 타점, 오카모토 카즈마의 스리런 홈런으로 연결됐다. 오타니의 센스와 팀을 위한 희생 정신, 승부욕이 모두 빛났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의 스타이면서 일본 대표팀의 리더를 자처하며 선수단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혼혈 선수 라스 눗바의 적응에 앞장서고 다른 선수들의 용기를 북돋워주는데도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스타들의 슈퍼스타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이탈리아는 유럽팀이지만 이탈리아계 미국 선수들이 현재 주축이다. 데이빗 플레처는 에인절스 팀 동료이고 마이크 피아자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427홈런을 친 대표적인 공격형 타자이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포수 출신이다. 경기 후 그들과 인사를 나눴고 기념촬영을 했다. 카메라 플래시와 도쿄돔 관중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이 과정에서 그라운드 인터뷰 중이던 구리야마 감독이 외면(?) 받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애제자가 셀럽이자 리더로서 역할을 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무엇보다 오타니는 언제나 상대를 존중했다. 1라운드 상대였던 야구 변방 체코를 향해서도 “수준에 관계없이 야구를 좋아한다는 것은 존경스럽다. 상대로서도 존경했고 훌륭한 선수들이었다”라고 했다. 이탈리아를 상대한 뒤에도 “(팀 동료)플레처에 한정하지 않아도 수싸움에 능한 타자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점수 차가 막판에는 벌어졌지만 그 이상으로 생각을 많이 했다. 좋은 타자들이 많았다고 생각했다”라고 경의를 표했다.
약 일주일 간 도쿄돔은 오타니로 물들었다. 어디서든 WBC 얘기가 나왔고 오타니의 활약상이 입에 오르내렸다. 오타니의 행보에 집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들이 매번 만들어졌다. 그리고 오타니는 수많은 관심에도 의연하게 대처했고 존중하면서 품격을 스스로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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