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재호로 불리며 유격수 후계자 수업을 받은 지도 어느덧 3년. 그러나 안재석(21)에게 김재호(38)는 여전히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이다. 그런데 그 벽을 실감한다는 안재석의 인터뷰를 본 이승엽 감독은 “좋은 마인드를 가졌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울고 출신의 안재석은 2021 신인드래프트서 두산이 김재호(2004년) 이후 17년 만에 1차 지명한 내야수다. 입단 당시 ‘제2의 김재호’로 불리며 많은 스포트라이트틀 받았고, 1, 2년차 각종 시행착오를 거쳐 이번 호주 스프링캠프서 조성환 코치와 함께 김재호의 뒤를 잇기 위한 유격수 특훈을 실시했다. 두산 프랜차이즈 유격수 김재호는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그러나 김재호의 자리를 대신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입단과 함께 2년 동안 송구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벤치에 신뢰를 주지 못했고, 올해 시범경기 또한 4경기 타율 1할4푼3리(7타수 1안타) 부진과 함께 16일 창원 NC전에서 5회 송구 실책으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반면 38살의 김재호는 여전히 유격수 수비에서 ‘어나더 클래스’를 뽐내며 계약 마지막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었다.
이에 안재석은 “두산 주전 유격수가 돼야한다는 주변의 말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왜냐하면 많은 분들이 보셨듯이 (김)재호 선배님이 아직 건재하시다. 난 그냥 도전자 입장에서 도전하는 것이다”라며 “김재호 선배님을 따라가지는 못할 것 같다. 그냥 최대한 비슷하게만 하려고 한다”라고 다소 자신감이 결여된 인터뷰를 했다. 안재석은 신인 시절 “김재호 선배님의 뒤를 이어 꼭 두산의 주전 유격수가 되겠다”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를 본 이승엽 감독은 오히려 선수를 칭찬했다. 왜일까. 이 감독은 “확실히 본인의 상황을 알고 있는 것 같다”라고 농담하며 “프로야구 선수라면 겸손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덕목을 갖춰야 한다. 물론 속마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했다면 안재석이 좋은 선수인 게 확실하다. 자신감은 본인이 그냥 갖고 있으면 된다. 그건 주위에서 판단하는 것이다. 좋은 마인드를 갖고 있다”라고 선수를 격려했다.
안재석은 지난 13일 롯데와의 시범경기 개막전부터 롯데 좌완 김진욱을 상대로 홈런포를 가동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김진욱 선수의 몸쪽 공이 치기 좋은 코스는 아니었다. 좌투수의 그 정도 공을 규모가 작지 않은 사직구장에서 홈런으로 연결했다. 그걸 계기로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고, 이는 팀에게도 좋게 작용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동시에 김재호 또한 안재석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 계약이 만료된다고 해도 퍼포먼스에 따라 계약을 연장할 수 있고, 또 베테랑이 중심을 잡을 때 이상적인 리빌딩이 이뤄지기 마련이다.
이 감독은 “베테랑으로서 캠프 때부터 열심히 했다. 베테랑 역할은 경기에 나가서 잘하는 것도 있지만 더그아웃에서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십도 보여줘야 한다. 캠프 때부터 그런 모습을 아주 잘 보여줬다. 우리 팀에 굉장히 좋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다”라고 신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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