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사 아닙니다. 그보다 좋은 공부가 됐을 겁니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기간 한국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합류했던 배영수 롯데 투수 코치가 복귀했다. 롯데 선수 중 대회에 참가했던 투수 박세웅과 김원중보다 먼저 돌아왔다.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야구장으로 출근한 배 코치는 “불안해서 빨리 왔다”며 인사를 건넸다.
박세웅과 김원중은 17일까지 쉬고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합류할 예정이다. 두 선수와 함께 일본 도쿄에 다녀온 배 코치는 “전혀 문제 없다. 조금만 쉬면 된다. 세웅이는 스케줄대로 선발 등판하면 되고, 원중이가 많이 나가긴 했지만 투구수가 많지는 않았다. 전혀 문제가 없다고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날 배 코치는 대회 기간 몇몇 투수들 ‘혹사’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14일 대표팀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을 때 ‘몇몇 투수 혹사 논란이 있었다”며 기습 질문이 나오자 이강철 감독은 단기전 투수 운용을 떠올리며 “한국시리즈 때 투수 몇 명을 쓰는지 알아보고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굳은 얼굴로 반박하기도 했다.
배 코치도 이 감독의 말에 힘을 실었다. 배 코치는 “비교적 많이 등판했지만 투구수가 몇개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에게 엄청난 도움이 됐을 것이다. ‘혹사’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보다 한국 야구 발전과 개인 발전을 생각하면 엄청난 공부가 됐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원중의 경우 호주전, 일본전, 체코전에 등판했다. 결국 어깨 염증으로 병원 검진 결과가 나왔지만 대회 기간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않은 고우석(LG 트윈스)와 비교하면 많이 던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김원중은 호주전에서 공 13개, 일본전에서 6개, 체코전에서 11개 던졌다.
불펜 대기하며 몸을 푼 것도 고려해야겠지만, 이 정도는 연습경기, 시범경기 기간 투구 컨디션을 점검하는 시기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배 코치는 “국가대표로 나가면 많이 던질 수 있다. 그렇다고 100개, 200개 던진 것도 아니다. 단기간에 몇 이닝 되지 않고 투구수도 적다”며 혹사 논란에 아쉬움을 보였다.
투수를 10명 뽑았다고 모두 써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항상 10명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상 변수도 대비해야 한다. 단기전에서는 이런 부분 정도는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간 프로야구를 보면서 포스트시즌 기간 팀마다 투수 운용을 어떻게 하는지는 많이 볼 수 있었다.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의 경우도 호주전 불펜으로 1⅓이닝 29구, 일본전 2이닝 29구, 중국전(선발) 1이닝 26구로 자주 던지고 투구수도 많다고 여길 수 있다. 상대적이다.
누구는 공 한개도 던지지 않고, 누구는 3경기 등판해 20개 이상씩 던졌다고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원태인의 컨디션이 좋았고 국가대표로 나간만큼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때만큼은 소속팀이 아닌 국가대항전에만 오롯이 집중해야할 때다.
그보다 오타니 쇼헤이 등 스타플레이어가 있는 일본을 포함해 내로라하는 좋은 선수들과 겨뤄본 경험, 이게 더 값진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게 배 코치의 생각이다. '우물 안 개구리', '우리 만의 리그' 지적이 나오는데 최고의 선수들의 플레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자신이 될 것이다.
배 코치는 그보다 “준비는 어느 대회 때보다 분명히 많이 했다. 전략분석도 많이 했다. 그런데 야구라는 게 쉽게 안 되더라. 나도 많이 느꼈다”며 “선수들이 불펜에 있을 때는 충분히 자기 컨디션이었다. 그런데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서는 자기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배 코치는 “준비가 미흡하다는 생각은 안 했다. 다만 마운드에 올라가서 적응을 못한 듯하다. 변명을 할 생각은 없다”고 아쉽게 끝난 WBC 대회를 되돌아봤다.
/knightjis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