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터졌다. 대회 1할 타자의 굴욕을 비로소 극복했다. 우승을 향해 가는 일본 타선에 구멍이 사라졌다. 무라카미 무네타카도 비로소 믿음에 보답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지난 16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 토너먼트 8강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9-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일본은 WBC 5회 연속 4강이라는 야구 강호의 면모를 다시 과시했다.
이날 일본은 타선이 터졌고 선발 투수 겸 3번 타자 오타니 쇼헤이의 투혼과 기지로 승리했다. 오타니는 선발 투수로 4⅔이닝 4피안타 1볼넷 2사구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기록은 아니지만 기합을 지르면서 투구를 펼치며 각오를 다졌다. 타선에서는 3회말 기습번트를 성공시켜 대량 득점의 포문을 열었다. 요미우리 4번 타자 오카모토 카즈마는 스리런 홈런 포함해 5타점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이날 일본 입장에서 가장 반가운 소식은 1라운드까지 14타수 2안타 타율 1할4푼3리로 부진하던 무라카미가 2루타 2방을 폭발시켰다는 것. 대회 첫 장타를 몰아서 치면서 4강전을 앞두고 타선의 완전체를 이뤘다.
지난해 56홈런으로 일본인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웠고 센트럴리그 MVP까지 차지한 무라카미. 이번 WBC 대회를 통해서 일본 대표팀의 4번 타자로 자리잡는 듯 했다. 그런데 부진해도 너무 부진했다. 결국 8강전 선발 라인업에서 무라카미의 자리는 4번이 아닌 5번이었다.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그동안 무라카미가 부진하더라도 4번 타자로 믿고 기용했다. 하지만 8강 단판 토너먼트에서 무라카미의 부진을 바라보기는 쉽지 않았고 변화를 주면서 타선이 상생하는 길을 찾았다.
결국 무라카미는 부담을 내려놓고 터졌다. 4-2로 추격을 당하던 5회 무사 1,2루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호쾌한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면서 이탈리아의 추격을 뿌리쳤다. 대회 첫 타점이었다. 7회말에는 이탈리아 좌익수 살 프레릭이 타구를 잡으려다 지나칠 정도로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다. 타구속도 181km짜리 2루타를 뽑아냈다. 타구의 질과 감각이 완전헤 돌아왔다는 것을 알렸다.
일본 입장에서는 4강에 진출한 기쁨 만큼이나 무라카미의 부활 장타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무라카미도 마음고생을 털고 4강이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향할 수 있게 됐다. 일본 매체 ‘풀카운트’는 무라카미와의 인터뷰에서 “기회가 와도 치지 못하고 잔루가 굉장히 많았는데 처음 적시타를 쳐서 기분 좋았다”라며 5번 타자로 내려 앉은 것에 대해서는 “지면 끝이었고 감독님의 생각으로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괴로운 마음이었지만 최종적으로 팀이 이겼기 때문에 준결승과 결승에서 패배 없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처음 경험하는 큰 무대이기 때문에 내 플레이를 하고 돌아오고 싶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