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이정후(25)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을 앞두고 이용규(38)에게 전화를 했던 이유를 밝혔다.
이정후는 지난 14일 WBC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정후는 4경기에서 타율 4할2푼9리(14타수 6안타) 5타점 OPS 1.071을 기록하며 맹활약했지만 한국 대표팀은 2승 2패를 기록해 1라운드 B조 3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WBC 첫 경기인 호주전에서 7-8로 패하면서 매우 큰 부담을 안고 한일전에 임했다. 전력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일본에 패할 경우 사실상 8강 탈락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대표팀은 경기 초반까지는 일본과 접전을 치렀지만 결국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4-13 대패를 당하고 말았다.
데뷔 시즌인 2017년부터 곧바로 국가대표로 나서기 시작한 이정후는 이미 상당한 국제대회 경험을 쌓았다. 2019년에는 프리미어12에서 도쿄돔 한일전을 치른 경험이 있다. 한일전에 대해 “한 번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괜찮았다”라고 말한 이정후는 그럼에도 “도쿄돔에서 국제대회를 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일본팬들 앞에서 일본과 경기를 하면 우리가 분위기에서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한일전의 압박감이 대단하다고 강조했다.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이정후에게도 이번 WBC 한일전은 부담감이 컸다. 경기 40분전 떨리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찾은 사람은 다름아닌 키움 최고참 이용규다. KBO리그 최고의 베테랑 외야수 중 한 명인 이용규는 한국이 2009년 WBC 준우승을 차지할 당시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한일전 선발투수로 나선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를 상대로 안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이용규는 “7시에 열리는 일본전을 앞두고 6시 20분쯤에 이정후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정말 무슨 일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너무 긴장이 된다고 하더라. 나도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어서 그냥 하던대로 자신있게 하면 될거라고 답했다. 나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어떻게 하면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라고 한일전을 앞두고 이정후와 나눈 대화를 밝혔다.
이정후는 “그동안 경기를 했을 때는 떨리지 않았는데 한일전에서는 경기 직전에 너무 긴장이 됐다. 그런데 이용규 선배님이 생각이 났다. 선배님이 경험도 있으셔서 전화를 드렸다. 한일전 경험도 있고 옛날 이야기지만 안타를 쳤던 적도 있으니까 한 번 여쭤봤다. 전화를 하고 나서 떨리는 마음도 조금 가라앉았고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긴장도 크게 되지 않았다”라고 이용규를 떠올렸던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은 이정후의 활약에도 아쉽게 WBC에서 물러났다. 이정후는 “모두가 열심히 했지만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력 내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다음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3년 동안 다시 성장하고 우리나라 야구가 발전해야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