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 흥행은 국제대회 성적과 직결된다고 한다. 새로운 팬들을 끌어모으는 흥행 기폭제가 될 수 있지만 결과가 안 좋을 때 미치는 악영향도 크다. 시즌 개막 전인 3월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KBO리그의 흥행 바로미터로 작용하곤 했다.
WBC 준우승으로 돌풍을 일으킨 지난 2009년 KBO리그는 당시 기준 역대 최다 592만5285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평균 관중 1만1138명도 역대 최다 기록ㅇ로 전년 대비 12.7% 증가세를 보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 신화에 이어 WBC 준우승으로 한국 야구의 르네상스를 열었다.
그러나 1라운드 조기 탈락으로 끝난 2013년에는 첫 9개 구단 체제로 시즌이 44경기 늘었지만 총 관중 644만1945명으로 700만 관중을 넘었던 2012년(715만6157명)에 미치지 못했다. 평균 관중으로는 무려 16.9%(1만3451명→1만1184명) 빠져나가 6년 연속 상승 곡선을 그리던 관중 그래프가 크게 꺾였다.
반면 서울 고척돔 안방에서 또 한번의 1라운드 탈락 충격을 당한 2017년에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총 840만688명으로 역대 최다 관중을 모으며 전년 대비 1.1% 소폭 상승한 것이다.
그해 KBO리그 흥행은 전국구 인기를 자랑하는 팀들이 책임졌다. KIA가 시즌 내내 1위를 달리며 통합 우승으로 구단 최초 100만 관중을 돌파했고, 롯데도 5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구름 관중을 모았다. 여기에 ‘국민 타자’ 이승엽의 마지막 시즌으로 은퇴 투어가 열리면서 관중이 주는 시즌 말미까지 흥행에 불을 지폈다.
올해도 주요 인기팀들이 호성적을 내면 관중이 크게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수년간 하위권에 머물렀던 롯데와 한화가 겨우내 공격적인 전력 보강으로 리그 판도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새로운 흥행 요소로 기대감을 키웠다.
지역 연고 의식이 어느 종목보다 강한 야구는 매우 견고한 팬층을 자랑한다. 승패를 떠나 한국 야구장 특유의 응원 문화를 즐기는 팬들도 많다. 가족 단위로 찾는 팬층이 증가하면서 여성, 어린이를 겨냥한 마케팅도 활성화돼 야구장이 여가를 즐기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은 KBO리그 수준이 높아서 야구를 보러오는 게 아니다. 단기간 쉽게 관중이 빠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최상의 시나리오, 행복회로, 근시안적인 해석일 뿐이다. 2017년 역대 최다 관중으로 정점을 찍은 KBO리그는 이후 2년 연속 하락 추세로 전환했다. 2018년 807만3742명, 2019년 728만6008명으로 2년간 관중 감소율이 각각 3.9%, 9.8%로 높아졌다.
이후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관중 입장 제한이 있었고, 지난해 초반까지 육성 응원 제한 등 코로나 후유증으로 관중 동원에 애를 먹었다. 600만(607만6074명) 관중에 턱걸이했지만 2019년과 비교하면 무려 16.6% 감소했다.
거듭된 국제대회 부진으로 신규팬 유입이 막힌 가운데 야구계를 둘러싼 크고 작은 부정적 이슈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팬층이 정체되거나 조금씩 빠지는 상황이다. WBC 쇼크가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하향세를 부추기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야구계 전체가 여기서 안주하거나 변화하지 않으면 언제 ‘고인물 스포츠’로 전락할지 모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