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바꾸나 생각했는데…”.
2023 KBO 전체 1순위 신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투수 김서현(19·한화)의 시범경기 데뷔전이었전 지난 14일 대전 KIA전. 8회 외야 불펜에서 김서현이 마운드로 향하자 경기장이 술렁였다. 연습 투구 때부터 150km대 강속구를 펑펑 꽂자 관중들의 탄성이 쏟아졌다.
그러나 김서현은 첫 타자 이우성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고 시작했다. 4구째 공을 던진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고양이가 3루 덕아웃 앞을 슬금슬금 배회했다. 볼넷이 나온 후 주심이 잠시 타임을 선언했고, 고양이는 알아서 3루 덕아웃 위로 유유히 사라졌다.
그라운드가 어수선한 상황이었지만 김서현은 고양이가 나온 줄도 몰랐다. 15일 대전 KT전을 앞두고 전날 상황을 돌아본 김서현은 “고양이를 못 봤다. 갑자기 심판이 타임을 하시길래 투수 바꾸나 생각했다”며 “경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주변 상황을 전혀 신경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변우혁에게 초구에 우전 안타를 맞아 무사 1,2루 위기에 몰린 김서현은 황대인을 1루 파울 플라이, 김호령을 루킹 삼진, 주효상을 투수 땅볼 처리하며 스스로 자초한 위기를 극복했다. 주효상의 타구에 오른 종아리를 맞았지만 떨어진 공을 잡아 침착하게 1루 송구로 연결했다. 데뷔전 성적은 1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타구를 맞은 다리는 멍이 들었다. 김서현은 “괜찮다. 통증은 없는데 멍이 들어 부기를 빼기 위해 (아이싱을) 한 것이다”며 “첫 경기치곤 크게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한국에 와서 1군 경기는 처음이었고, 마운드 상태에 적응하지 못한 게 있었다. (백네트) 뒤에 팬분들이 다 앉아 계셔서 열기가 느껴지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파이어볼러답게 엄청난 볼 스피드로도 이목을 끌었다. 구장 내 전광판에 최고 157km까지 표기됐는데 트랙맨 기준 최고 구속은 158km로 측정됐다. 직구 평균 구속도 154km로 힘이 넘쳤다. 투구수 18개 중 16개가 직구로 거의 원피치에 가까웠다.
김서현은 “볼 스피드는 신경쓰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했다. 구속 욕심은 없는데 첫 등판이고,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보니 원래 갖고 있는 구속보다 잘 나온 것 같다”며 “구속을 1년 동안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변화구를 잘 안 쓰게 된다. 변화구를 쓰긴 써야 하는데 던질 타이밍을 잃어 직구에 의존하고 있다”고 스스로 보완해야 할 점도 인지했다.
한국야구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또 한번 1라운드 조기 탈락 쓴잔을 들이켜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만 김서현 같은 유망주가 한줄기 희망으로 떠올랐다. 김서현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WBC에 꼭 한번 나가고 싶다. WBC에 나가면 정말 영광스런 일이 될 것이다”며 2026년 개최 예정인 제6회 WBC 참가 의지도 비쳤다. 올해 포함 앞으로 3년의 시간이 남아있다.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선 출중한 실력만큼 올바른 인성과 품위도 갖춰야 한다. 지난달 캠프 기간 개인 SNS 논란으로 근신 처분을 받기도 했던 김서현은 “그 일을 계속 생각한다.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다시 나와선 안 될 일이다. 그 일로 인해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선배들께 배운 게 많다. 캠프 때 운동 스케줄이 끝나도 개인적으로 필요한 웨이트나 훈련을 알아서 하는 것도 배웠다”며 “올해 목표는 (신인왕이 아니라) 가을야구다. 개인상 욕심 없다”는 말로 팀 퍼스트 정신을 강조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