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팀이 버티는 게 아니라 버티는 팀이 강한 것이었다. 호주는 끝까지 끈질긴 모습으로 8강의 자격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호주는 1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토너먼트 쿠바와의 경기에서 3-4로 석패를 했다. 호주는 저력을 발휘했지만 이날 쿠바의 철벽 마운드를 끝내 뚫지 못하고 WBC 여정을 마무리 지었다.
돌풍의 호주였다. 1라운드 B조에서 일본과 한국 틈바구니에서 생존 확률은 낮았다. 하지만 한국이 호주를 타깃으로 잡았듯이 호주 역시 한국을 타깃으로 설정하고 작정하고 덤벼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 호주는 한국을 8-7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호주는 짜임새 있는 응집력에 홈런포 3방을 터뜨리는 장타력으로 한국을 격파했다. 이 경기 결과로 8강 진출팀의 운명이 갈렸다. 한국은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했고 호주는 사상 처음으로 1라운드를 통과했다.
그리고 만난 쿠바. 최근 올림픽 본선에서도 탈락하는 등 쿠바 야구의 흐름이 좋지 않더라도 전통의 야구 강국이었다. 특히 이번에는 리반 모이넬로(소프트뱅크 호크스), 라이델 마르티네스, 야리엘 로드리게스(이상 주니치 드래건즈) 등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강속구 3총사를 불러모았고 루이스 로버트, 요안 몬카다(이상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활약하는 현역 메이저리거까지 합류했다. 그리고 5개 팀이 모두 2승2패로 물고 물린 죽음의 A조를 최소실점율로 통과해 8강에 도달했다.
호주로서는 밑질 것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포기하지 않았다. 되려 선취점을 뽑으면서 쿠바를 쫓기게 만들었고 압박했다. 2회초 선두타자 대릴 조지의 가운데 담장 상단을 직격하는 2루타로 기회를 잡았고 애런 화이트필드의 희생번트, 그리고 윈그로브의 우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단기전에 필요한 선취점을 짜임새 있는 작전 야구로 냈다.
3회말 동점을 허용했지만 무사 2,3루의 위기 상황에서 1점으로 막아내는 위기 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5회 무사 만루 위기에서 알프레도 데스파이그네에 희생플라이, 오엘키스 기베르토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으면서 1-4로 끌려갔다.
이대로 무너질 수도 있던 호주였지만 절대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았다. 6회초 윈그로브가 추격의 투런포를 쏘아 올리면서 쿠바를 끝까지 몰아붙였다.하지만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셋업맨 리반 모이넬로, 라이델 마르티네스를 결국 뚫어내지 못하면서 호주의 돌풍은 막을 내렸다.
과거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활약하는 등 '일본통' 데이브 닐슨 감독을 필두로 한 조직력, 선택과 집중의 용병술, 그리고 호주 리그와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은 더 이상 호주도 야구 변방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렸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