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 대표팀 경기를 TV 중계로 보는 메이저리그 MVP 2회 강타자 브라이스 하퍼(31·필라델피아 필리스)는 속상하다. 누구보다 가슴에 ‘USA’를 새기고 뛰고 싶었기에 아쉬움이 크다.
‘MLB.com’은 15일(이하 한국시간) 팔꿈치 수술 후 재활을 하며 WBC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하퍼의 소식을 전했다. 하퍼는 지난해 11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아 미국 대표팀으로 WBC 출전이 무산됐다. 지난 2012년 메이저리그 데뷔한 하퍼는 앞서 2013년, 2017년에 이어 이번까지 3개 대회 연속 WBC 출전이 불발됐다.
하퍼는 “WBC 미국 대표팀에 내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정말 속상하다. 난 나라를 대표해서 뛰고 싶다. 16세·18세 미국 대표팀으로 뛴 적이 있는데 가슴에 USA가 있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 나 자신보다 훨씬 더 큰 무언가를 위해 뛴다. 최고 선수들과 경기하는 것도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다”고 말했다.
하퍼는 지난 2009년 18세 이하 팬아메리칸 청소년야구대회에서 미국의 우승을 이끈 바 있다. 당시 멤버가 하퍼를 비롯해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 닉 카스테야노스(필라델피아), 케빈 가우스먼(토론토), 로비 레이(시애틀) 등 지금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는 스타들이다.
그때 추억이 많은 하퍼는 지난해 8월 시즌 중 일찌감치 WBC 참가를 선언했다.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 타자인 외야수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과 의기투합했다. 지난 2017년 미국의 WBC 첫 우승을 보며 불참을 후회했던 트라웃이 이번에 참가를 결정한 뒤 하퍼에게 문자로 참가 여부를 물었고, 하퍼도 고민하지 않고 화답했다.
하퍼는 “트라웃과 미국 대표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모두가 함께 모여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일종의 꿈이었다”고 말했다. 최정예 멤버로 WBC 참가를 기대했지만 부상과 수술, 재활로 인해 하퍼의 꿈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하퍼는 “3년 후에도 내가 건재하길 바란다. 그래서 WBC에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2026년 제6회 WBC를 기약했다. 그때가 되면 만으로 33세이지만 기량 하락이 올 나이는 아니다. 하퍼의 꾸준함이라면 3년 뒤에도 미국 대표 발탁을 기대할 만하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역대급 타격 재능으로 주목받은 우투좌타 거포 외야수 하퍼는 지난 2010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에스 지명됐다. 2012년 데뷔 후 메이저리그 11시즌 통산 1382경기 타율 2할8푼 1379안타 285홈런 817타점 OPS .913을 기록하며 신인왕, MVP 2회, 올스타 7회, 실버슬러거 2회 경력을 자랑한다. 기록 이상의 화려한 스타성으로 인기가 높다.
2019년 시즌 전 필라델피아와 13년 3억3000만 달러 장기 FA 계약으로 대박을 친 뒤에도 꾸준히 중심타자로 활약했다. 2021년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사구로 인한 엄지손가락 골절 여파를 딛고 필라델피아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팔꿈치 인대가 손상되는 부상을 입었고, 시즌 후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재활함에 따라 올해 전반기 결장이 유력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