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보내주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야 할 때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은 한국 야구사에 한 획을 그었고 야구가 국내 최고의 인기스포츠로 올라서는데 터닝포인트가 된 사건이다. 이때 멤버들은 모두 ‘MVP급’ 선수로 거듭났다. 류현진(토론토) 김광현(SSG) 윤석민(은퇴) 등 이른바 ‘류윤김’으로 불린 3인방은 리그를 이끌었고 모두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도전했다. 김광현과 윤석민은 돌아왔지만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생존 중이다. 지금은 팔꿈치 수술 이후 재활 중이지만 사이영상급 투수로 군림하기도 했다. 이승엽, 박진만, 이대호, 김태균, 이종욱, 이용규, 김현수 등 타선은 당시 신구조화가 절묘하게 이뤄졌고 탄탄한 짜임새를 과시했다.
이들은 한국 야구의 미래들이 성장하는데도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베이징 올림픽 효과로 어린 학생 선수들이 대거 야구에 입문했다. 야구사 역대 최고의 성적은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이 대거 유입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들은 차근차근 성장해서 이제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됐다. ‘베이징 키즈’들이다. 1998년생 이후 출신 선수들을 ‘베이징 키즈’로 부르곤 한다.
이번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합류한 ‘베이징 키즈’들이 대거 합류했다. 이정후(25), 고우석(25), 김혜성(24), 강백호(24), 정철원(24), 곽빈(24), 정우영(24), 김윤식(23), 원태인(23), 소형준(22), 이의리(21)를 꼽을 수 있다. 모두 리그를 주름 잡았고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우리 리그를 대표한다고 해서 한국을 대표하고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
한국은 여전히 김광현과 양현종 등 30대 중반에 접어든 투수가 여전히 대표팀의 에이스였고 김현수는 리더로서 타선을 책임져야 했다. 베이징 올림픽 때 막내급 선수들이 이제는 최고참이 됐는데 여전히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호출이 되고 있었다. 인프라와 선수층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감안해야 하지만 일본 대표팀은 국제대회 소집 때마다 새 얼굴들이 등장하는 것만 봐도 한국의 대표팀은 그만큼 고여있었다.
‘베이징 키즈’들이 대거 뽑혔지만 그렇다고 이들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이정후, 강백호, 고우석 등 최근 대표팀에 자주 호출된 선수들은 역할을 해줘야 했다. 다른 선수들은 달랐다. 세대교체의 과도기로 이들이 기회를 받으면서 성장하고 결과까지 얻을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들은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 결과는 모두가 알고있듯이 참담했다.
김광현과 김현수는 이제 약 15년 간 달고 있던 태극마크를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베이징 올림픽부터 15년 동안 이들의 헌신은 이루어 말하기 힘들 정도다. 양현종도 그동안 꾸준히 국가대표의 부름을 받으면서 헌신했다. 양현종도 따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마지막 국가대표였다.
‘베이징 멤버’들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시점에서 이제는 ‘베이징 키즈’들이 대표팀의 리더로 올라서야 한다. 이정후는 파이팅을 외치고 분노를 표출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다른 선수들은 대표팀에서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패기만이 아닌 성숙한 못습으로 대표팀의 무게를 느껴야 한다.
박세웅은 “나처럼 어린 선수들은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다. 도쿄돔의 많은 관중들 앞에서 던진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을 선수로서 잘 안다. 경험이 더 쌓이면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얘기했다. 경험 이부족이라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대한야구소프트볼연맹이나 KBO에서 마련을 해줘야 한다. 실력이 부족하다면 선진 야구를 더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베이징 키즈’들은 이제 선배들의 뒤에서 뒷받침 해야 할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한국 야구의 전면에 서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고 증명해야 한다. 한국 야구는 앞으로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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