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암흑기가 길어질까?
한국야구가 제 5회 WBC 대회에서 1라운드에 탈락하면서 국제대회를 주름잡았던 황금세대도 동시에 퇴장했다. 지난 14일 일본에서 씁쓸함을 안고 귀국후 투수 김광현(34)이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밝혔다. 이미 대표팀 간판타자 김현수(35)도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라며 은퇴를 결정했다.
김광현은 자신의 SNS를 통해 “지금까지 국가대표 김광현을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에게 국가대표는 꿈이었고 자부심이었습니다. 2005년 청소년 국가대표부터 이번 2023 WBC까지 나라를 위해, 대한민국 야구를 위해 뛴 나에게 자부심을 느낍니다”고 글을 올렸다.
이어 “오늘부터는 랜더스의 투수 김광현으로 언제나 그랬듯, 경기를 즐길 줄 아는 누구보다 열심히 공을 던지는 그런 선수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국가대표 투수 김광현 올림”으로 글을 마치며 은퇴의 변을 팬들에게 보고했다.
김광현은 국제대회에 6번 태극마크를 달았다. 2007년 신인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특급 투수 반열에 올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5 프리미어 12 우승, 2019년 프리미어 12 준우승 등 국제대회에서 혁혁한 공로를 했다.
이번 WBC 대회 일본전에서 선발등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으나 3회 제구가 흔들리며 4실점했다. 결국 국가대표 최후의 경기 일본전에서 패전투수를 안고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언젠가는 후배들이 자신의 패배를 설욕해달라는 당부의 마음이었다. 이제는 35살의 나이로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팀을 위해 뛴다.
김현수는 국가대표 단골이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3 WBC(1라운드 탈락),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 프리미어 12 우승.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9 프리미어 12 준우승. 2020 도쿄 올림픽(메달 실패), 2023 WBC까지 10번이었다.
출전할 때마다 3할 타율이 넘는 타격을 과시하며 한국야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그도 이번 대회에서는 3경기 9타수1안타(.111)에 그쳤다. 마지막 중국전에는 벤치를 지켰다. 경기를 마치고 비난을 퍼부었던 일부 야구인들에게 섭섭함을 드러내 논란을 일으켰지만 이제 대표팀을 후배들에게 맡기고 물러난다.
양현종은 국대은퇴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 태극마크를 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고 2017 WBC, 2019 프리미어 12. 2023 WBC에 참가했다. 이번 대회는 호주전에 중간투수로 나섰으나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홈런 포함 3안타 3실점으로 부진했다.
나란히 마지막 대회에서 부진했지만 그동안 헌신한 점을 고려한다면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이밖에 양의지, 박병호, 최정, 나성범도 다음 대회에서는 볼 수 없다. 이들의 퇴장과 함께 국가대표는 새로운 주역을 만들어야 하는 묵직한 과제를 안았다. 세대교체 실패로 국대의 암흑기가 더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동주 김서현 등 새로운 물결이 뒤를 이을 것이라는 희망도 있다. 젊은 주역들의 분발이 더욱 절실해졌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