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은 훌쩍 넘게 태극마크를 달고 뛴 김현수(35), 김광현(35), 양현종(35)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을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은퇴한다.
베테랑 3총사는 마지막 국제대회에서 대표팀의 1라운드 탈락 충격을 막지 못했고, 개인 성적까지 부진하면서 쓸쓸하게 마쳤다. 공교롭게 지난 1월 추신수의 작심발언에서 공개적을 지목된 선수들이다.
추신수는 지난 1월 중순 미국 댈러스 지역의 한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WBC 대표팀 엔트리에 대해 “일본 같은 경우 국제대회를 하면 새로운 얼굴들이 많다. 우리는 김현수를 비롯해 김광현, 양현종 등 베테랑이 많다. 충분히 실력있는 선수들이지만, 나라면 당장 성적 보다는 미래를 봤을 것이다. 새로운 선수를 뽑았어야 했다. 언제까지 김광현, 양현종이냐"라고 발언했다.
추신수의 발언은 이후 야구계 이슈가 됐고, 여러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김현수는 2월초 스프링캠프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각자 생각이니까, 자기가 생각한 걸 얘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하며 "태극마크는 무겁다. 잘 버텨내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잘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 김현수는 WBC에서 3경기 9타수 1안타(타율 1할1푼1리)로 부진했고, 체코전에서는 다이빙캐치를 시도하다가 공을 외야 펜스까지 빠뜨리면서 2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곧바로 대수비 최지훈이 투입됐고, 김현수는 문책성 교체로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마지막 중국전에는 백업 선수들이 대거 뛰면서 출장하지 않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시작으로 16년 동안 10번의 태극마크를 달았고, 이번대회 전까지 국제대회에서 59경기 타율 3할6푼4리(209타수 76안타) 4홈런 46타점으로 '국제용 타자'로 맹활약했는데 마지막이 쓸쓸하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 프리미어12 우승,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9 프리미어12 준우승 등 화려한 국가대표 성적을 남겼지만.
김광현은 일본전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본선 풀리그와 준결승 두 차례 일본전 선발로 등판해 '일본 킬러'로 위용을 떨쳤던 김광현은 15년 만에 다시 일본을 만났다.
오타니 쇼헤이 등 최정예 일본 타선을 상대로 2회까지 5탈삼진 퍼펙트 피칭을 했지만 3회 갑자기 8번과 9번 상대로 연속 볼넷을 내줬다. 1회 첫 타자부터 전력 투구를 한 김광현은 힘이 떨어졌고, 라스 눗바에게 1타점 적시타, 곤도 겐스케에게 1타점 2루타를 맞고 강판됐다.
구원투수가 1사 만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맞으며 4실점을 기록했다. 벤치에서 투수 교체 타이밍이 늦어지면서 2이닝 2피안타 2볼넷 5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양현종은 호주전에서 4-5로 역전당한 8회 1사 후에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그런데 안타-2루타-3점 홈런을 얻어 맞으며 경기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 채 교체됐고, 한국은 호주에 7-8 한 점 차로 졌기에 양현종의 3실점은 치명타였다. 호주를 무조건 잡았어야 하는데, 패배하는 바람에 결국 1라운드 탈락으로 귀결됐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베테랑인 김광현과 양현종을 두고 "중요한 승부처에 흐름을 이어가거나, 끊어야 할 때 기대한다"고 했는데 기대 미치지 못했다. 대표팀 주장이었던 김현수는 호주, 일본전에 패한 후 "내가 잘못해서 졌다. 미안하다"고 동료들에게 수 차례 얘기했다고 한다.
김현수는 13일 중국과 최종전이 끝나고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대표팀 유니폼은 마지막이다"라고 말했다. 실책성 수비가 대표팀으로서 마지막 장면이 됐다.
김광현은 14일 귀국 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금까지 국가대표 김광현을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넘겨줘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남기며 국가대표 은퇴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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