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 감독 그리고 동료 선배들이 이구동성으로 칭찬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한화 신인 내야수 문현빈(19)을 향한 평가는 단순한 기 살리기가 아니었다.
천안 북일고 출신으로 청소년 대표팀 주장을 지낸 문현빈은 올해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젊은 선수들로 내야 리빌딩이 어느 정도 이뤄졌던 한화가 문현빈을 지명한 것을 두고 의외라는 시선도 있었지만 충청지역에서 오랫동안 그를 지켜본 한화 스카우트팀은 고민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열린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서 2라운드에 가장 먼저 문현빈의 이름을 호명했다.
당시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로 현장에 있었던 손혁 한화 단장은 “스카우트팀에서 무조건 문현빈을 지명해야 한다며 한 번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우리가 문현빈을 지명할 때 다른 팀 반응을 봤는데 뭔가 아쉬워하는 게 보였다. 그때 우리가 진짜 좋은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1~2년 지나면 우리 팀을 대표하는 주축 선수가 될 것이다”고 기대를 걸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지난해 11월 대전 마무리캠프 때부터 문현빈을 보곤 한눈에 반했다. “타격, 수비, 주루가 다 되는 선수다. 또래보다 뛰어난 야구 재능과 지능을 갖고 있다. 꼭 그를 지켜보라”며 먼저 홍보하고 나섰다. 신인 야수로는 유일하게 스프링캠프에 데려가 “19살 베테랑”이라는 표현을 썼다.
같은 포지션 선배들도 캠프에서부터 함께하며 이 어린 신인을 치켜세웠다. 골든글러브 2루수 정은원은 “실력도 좋지만 신인답지 않게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좋다. 내가 선배이지만 현빈이를 보고 한 번 더 느끼며 배우게 만드는 그런 마인드를 갖췄다”고 말했다. 내야 최고참 베테랑 오선진도 “그 나이답지 않게 야구에 대한 준비나 정립이 잘 돼 있다. 나도 보고 배우면서 한다”고 거들었다.
실전을 치르면서 문현빈의 진가가 점점 더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대전 KIA전에 2번타자 2루수로 시범경기 첫 선발출장, 4타수 2안타 2득점으로 공수주에서 펄펄 날았다. 1회 첫 타석에 KIA 외국인 투수 아도니스 메디나의 150km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중전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KIA 유격수 김도영이 몸을 날려 공을 잡았지만 안타를 막지 못했다. 유격수 내야 안타. 3회에는 메디나의 130km 변화구를 정확하게 잡아당겨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직구와 변화구 가리지 않고 컨택 능력을 보여줬다. 5회, 7회에는 뜬공 아웃됐지만 외야로 힘 있는 타구를 보냈다.
누상에 나가선 집중력 있는 주루 플레이를 펼쳤다. 공이 조금이라도 홈플레이트 옆으로 튀면 바로 다음 베이스로 뛰어갔다. 1회부터 상대 폭투와 포일로 단숨에 2~3루에 진루한 뒤 채은성의 유격수 땅볼 때 홈을 밟아 선취점을 올렸다. 공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고 빠른 스타트를 끊으며 상대 수비를 괴롭혔다. 2루 수비에서도 5회 김선빈의 중견수 앞에 떨어질 것 같은 빗맞은 타구를 정확하게 쫓아가 점프 캐치를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3회의 명장 김태형 SBS스포츠 해설위원도 이날 중계를 맡아 문현빈이 나올 때마다 “신인이 이 정도 컨택을 하는 걸 보면 타격에 소질이 있다. 공을 골라낼 때 몸의 이동도 별로 없고, 차분하게 한다. 신인이 아니라 프로에서 10년 정도 뛴 선수 같다”며 “칭찬을 그만하고 싶지만 안 할 수 없게 한다. 얼굴 표정도 포커 페이스로 신인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수베로 감독은 “문현빈에게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루에서 정은원도 굉장히 잘하고 있어 문현빈이 어떤 방식으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다. 유격수는 (고교 시절) 경험을 해본 자리라 낯설지 않다. 중견수 수비도 곧잘 한다. 좌우중간 타구들도 잘 잡아냈다”며 다양한 포지션으로 1군에 두는 구상을 내비쳤다. 어느 자리에 들어가든 내부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는 자원이다.
174cm 82kg으로 키가 크지 않지만 옹골진 문현빈을 두고 북일고 1년 선배 박찬혁(키움)은 ‘돌멩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오랜 암흑기 기간 주전들을 위협할 견제 세력의 부재로 내부 경쟁이 흐릿해졌던 한화에 문현빈이라는 작지만 단단한 돌멩이가 꽤나 큰 파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