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해태 시절 이종범(53) LG 코치의 전매특허 중 하나는 1회 선두타자 홈런이었다. 통산 홈런 194개 중 1회 선두타자 홈런이 44개로 KBO리그 역대 1위. 1회초 20개, 1회말 24개로 경기 시작과 함께 홈런으로 포문을 열었다.
지난 13일 대전 한화전 시범경기 첫 날부터 김도영(20·KIA)이 흡사 이종범처럼 1회 선두타자 홈런을 터뜨렸다. KIA의 1번타자로 1회초 타석에 들어선 김도영은 번개 같은 홈런으로 시범경기 시작을 알렸다. ‘슈퍼루키’ 딱지를 뗀 2년차 시즌에 잠재력 폭발을 예고했다.
홈런을 치기 어려운 공을 완벽하게 공략했다는 점이 더욱 주목할 만하다. 한화 선발투수 펠릭스 페냐의 5구째 150km 투심 패스트이 몸쪽 낮게 잘 들어갔지만 김도영은 벼락 같은 스윙으로 정확한 타이밍에 맞혔다. 타구는 좌측 담장을 라인드라이브로 훌쩍 넘어갔다. 비거리 110m.
김종국 KIA 감독도 14일 한화전을 앞두고 김도영의 홈런에 대해 “치기 쉬운 볼이 아니었다. 안타만 쳐도 좋은 타격이었는데 홈런까지 연결할 정도로 컨디션 자체가 좋다. 전체적으로 자신감도 있고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하며 슈퍼루키로 주목받은 김도영은 103경기 타율 2할3푼7리(224타수 53안타) 3홈런 19타점 13도루로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시범경기 타율 4할대(.432) 활약을 발판 삼아 개막전 1번타자로 시작했지만 첫 20타석 18타수 연속 무안타로 침묵하며 꼬였다.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지만 후반기 타율 2할8푼3리(60타수 17안타)로 어느 정도 적응한 모습을 보였고, 2년차가 된 올해도 기대감이 크다. 김종국 KIA 감독은 “작년은 자기 생각보다 잘 안 돼 힘든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준비를 잘하고 있다. 테이블세터로 활발한 주루 플레이도 보여줄 것이다”고 기대했다.
미국과 일본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5게임 21타수 6안타 타율 2할8푼6리 3타점 2도루로 컨디션을 조율한 김도영은 시범경기 첫 날부터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멀티히트로 힘찬 스타트를 끊었다. 3회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2루 도루에 성공하며 상대 배터리를 흔들었다.
14일 한화전에는 7회 결승 적시타를 터뜨렸다. 한화 구원 주현상의 바깥쪽 낮게 잘 제구된 직구를 정확하게 컨택, 중견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적시타로 연결하며 2경기 연속 안타, 타점을 올렸다. 경기 후 김도영은 “타격 컨디션이 좋아 찬스 상황이 나한테 오길 기다렸다. 때마침 결승타까지 칠 수 있어 기쁘다”며 “작년과 달리 타석에서 조금 더 생각을 갖고 여유있게 경기에 임하려 노력 중이다. 현재까지 몸 상태가 좋은데 이 컨디션이 개막전까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맘때도 김도영은 시범경기에서 만 19세 신인답지 않은 폭발력으로 슈퍼루키 돌풍을 일으켰다. 지금 이 시기 활약으로 시즌을 예단할 수 없지만 1년 경험으로 슈퍼루키 딱지를 떼며 2년차 시즌에 진짜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입단 당시 ‘제2의 이종범’이라는 수식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기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