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1라운드 조기 탈락이다. 대참사로 끝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의 참담한 현실에 KBO리그 구성원 모두가 큰 충격에 빠졌다. 시즌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WBC 대표팀을 이끈 이강철 KT 감독부터 대회에 참가한 각 구단 선수들도 깊은 내상을 입었다.
유일하게 WBC 충격파에서 빗겨간 팀이 있으니 바로 한화다. KBO리그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대표 선수를 1명도 배출하지 못하면서 아이러니하게 시즌 준비 과정에서 WBC 후유증을 피해갈 수 있게 됐다. 시즌에 들어가면 반사 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지금 한화는 그 어느 팀보다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앞으로 한국 야구를 이끌어갈 미래들이 한화에 하나둘씩 모이고 있다. 지난해 최고 158km를 뿌리며 무한한 가능성을 뽐낸 문동주(20)와 올해 전체 1순위로 입단한 신인 김서현(19)이 현재 한화 유니폼을 입고 있다. 김서현은 지난 14일 대전 KIA전 시범경기 데뷔전에서 최고 158km를 뿌리며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지난해 고교 2학년 때 최고 156km까지 던지며 올해 160km 강속구에 도전하는 초고교급 투수 장현석(19·용마고)도 미국 메이저리그에 가지 않으면 전체 1순위로 내년 한화 입단이 유력하다. 문동주와 김서현 그리고 장현석까지, 155km 이상 강속구를 던지는 역대급 재능 3명이 한 팀에 모일 가능성이 높다.
한화가 이 선수들을 잘 키워내는 게 팀의 미래뿐만 아니라 한국 야구 국가 경쟁력 향상으로 직결된다. 구단 차원에서 집중 관리와 육성이 필요하다. 지난해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문동주는 두 번의 부상이 있었지만 무리하지 않고 불펜과 선발로 착실히 육성 과정을 밟아 후반에 잠재력을 펼쳐 보였다.
올해 입단한 김서현도 조심스럽게 준비한다. 불펜으로 준비 중인 김서현에 대해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시범경기에선 점수 차이나 경기 상황에 관계없이 주자가 없는 깔끔한 이닝에 올릴 것이다. 야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멘탈이 크게 작용하고, 자신감이 중요하다. 김서현처럼 잠재력이 큰 선수일수록 프로 생활 초반에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전체 팀으로서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한화에 주어진 숙제. 지난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한화의 장기 부진은 리그 흥행은 물론 경기력에 있어서도 수준 저하를 불러일으켰다. 지난 2년간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강도 높은 리빌딩으로 기회를 주며 육성한 선수들로 올해는 성과를 내야 한다.
수베로 감독은 “우리 팀에는 좋은 유망주들이 많다.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이 선수들을 어떻게 성장시켜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결과에만 집중하다 보니 지난 몇 년간 우리 선수들이 성장한 것을 간과한 면이 많다. 올해는 새로 영입한 FA 선수들과 함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지난 과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