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사인공 소원 성취→체코 동화 끝 현실 복귀… "내일 아침 9시 출근이야"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03.15 05: 00

동화같은 꿈을 꾸고 현실로 복귀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애환은 만국공통인듯 하다. 체코 야구 대표팀에 해당되는 얘기다. 
체코 야구 대표팀은 감격의 첫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여정을 마무리 지었다. 극적으로 최종예선을 통과한 뒤 일본, 호주, 한국, 중국 등과 함께 B조에 속했다. 본래 직업을 갖고 있는 ‘투잡러’ 선수들이지만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연령별 대표팀까지도 체험한 만만치 않은 복병이었던 체코였고 실제로 저력을 발휘했다. 
첫 경기 중국과의 경기에서 4-5로 끌려가던 9회초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WBC 첫 경기에서 첫 승을 수확, 체코 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러나 이후 열린 일본, 한국, 호주 등 강호들과 경기에서 패하면서 1라운드는 탈락했다. 그럼에도 체코의 동화같은 스토리는 항상 박수를 받았다. 무엇보다 단순히 스토리만 있는 팀이 아닌, 실력과 저력을 갖고 있는 팀으로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체코야구협회 홈페이지 캡처

B조에서 체코는 이야깃거리의 중심이었다. 특히 11일 열린 일본과의 경기에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일본 강속구 투수 사사키 로키가 체코 윌리엄 에스칼라의 무릎에 사구를 맞혔다. 에스칼라는 별 문제 없이 이후 한국전을 포함한 1라운드 모든 경기를 소화했지만 사사키는 미안한 마음과 과자 보따리를 안고 체코의 숙소를 찾아갔다. 직접 미안한 마음을 전했고 체코도 흔쾌히 사과를 받아들였다. 오히려 감동을 받은 쪽이 체코였다. 파벨 하딤 감독은 “사사키의 팬이 됐다”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또한 이 경기에서 체코 선발 온드리제 사토리아는 오타니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쾌거를 이룩했다. 본업이 전기기사인 사토리아는 최고 구속이 130km 수준 밖에 되지 않았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만들었다. 이후 오타니를 삼진 잡은 공을 챙겨 “오타니에게 사인을 받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3루수 필리프 스몰라도 오타니가 3루에 오자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소원을 성취했다. 8강전을 앞둔 14일, 훈련을 마치고 나온 오타니에게 공과 배트에 사인을 받는 등 소원을 이뤘다. 일몬 매체 IZA에 의하면 스몰라는 “오타니는 멋진 남자다. 꿈을 이뤄서 기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원을 이룬 체코 동화 야구의 주인공들은 이제 체코로 돌아가면 현실 속 직장인으로 복귀해야 한다. 본래 직장이 있는 선수들은 휴가를 내서 WBC를 찾았기 때문. 회계사인 스몰라는 짙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는 “귀국을 하면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까지 업무를 봐야 한다”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지금의 꿈이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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