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시작해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시즌 전 3월에 열리는 개최 시기가 오랜 화두였다. 시즌 준비를 이유로 WBC를 불참하는 메이저리그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야구 종주국 미국이지만 매번 WBC에선 최정예 전력을 꾸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공을 던지기까지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투수들이 WBC를 꺼린다. 이번에도 미국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은 ‘사이영상 3회’ 투수 맥스 슈어저(39·뉴욕 메츠)도 그 중 한 명. 지난 2017년 미국 대표팀에 먼저 참가 의사를 내비쳤으나 손가락 부상으로 하차했던 슈어저는 이번에 아예 참가를 고려하지 않았다.
슈어저는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SNY’를 비롯해 미국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WBC 불참 이유를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난 지금 플레이오프 같은 경기에 나설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던지면 팔로 도박을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봄에 (정규시즌) 33번의 선발등판과 200이닝을 던지기 위해서 준비하는 것도 충분히 힘들다. 봄부터 경기에 일찍 나가 무리하게 되면 시즌 내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시즌 준비를 해야 할 시기에 플레이오프처럼 전력 투구를 하기에는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슈어저는 WBC 개최 시기를 여름으로 옮기는 것을 아이디어로 냈다. 메이저리그 시즌 전반기를 마친 뒤 후반기까지 2주간 올스타 휴식기를 따로 빼서 WBC를 치르자는 것이다.
슈어저는 “이 시기에 WBC가 열리면 더 많은 투수들, 영향력 있는 선수들이 참여해 팬들에게 더욱 흥미로운 대회가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투구수 제한을 따로 둘 것도 없이 진짜 제대로 된 게임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WBC는 투수 보호를 위해 1라운드 65구, 2라운드 80구, 준결승 및 결승전에 95구 이상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50구 이상 투구시 최소 4일, 30구 이상 투구시 최소 1일, 2일 연속 투구시 최소 1일 휴식도 지켜야 한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투수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 장치다.
다만 이로 인해 투수 한 명이 경기를 완전히 지배하는 경기는 보기 힘들다. 여름은 시즌 중반으로 투수들 팔이 거의 다 풀려 투구수 100구 이상 던져도 무리가 없을 시기. 여름 WBC라면 에이스 투수들의 완투나 완봉도 기대할 수 있다.
매번 대회 시기를 두고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고려해볼 만한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각 나라별로 리그가 따로 있지만 올스타 휴식기는 대부분 7월 중순으로 비슷하다. 다만 이 경우 시즌 일정이 너무 길어지게 되고, 시즌 중 순위 싸움을 하는 팀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선수들을 보낼지는 미지수다. 대회 장소에 따른 스폰서 유치, 선수 부상 보험 등 현실적으로 따져봐야 할 요소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