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끈 이강철 감독은 “모든 비난은 내게 해달라”며 후배들을 감쌌다.
이 감독은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돌아왔다.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씁쓸한 성적을 거두면서 질타를 받아 표정은 밝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부탁은 했다. 이 감독은 “같이 있는 동안 정말 준비 잘했고 선수들은 너무 역대급으로 연습을 많이 했다. 선수들이 몸을 빨리 만들려고 했다. 결과가 이렇게 나와서 그렇지만 선수들은 정말 잘했기 때문에 이제 선수들한테는 조금 자제를 부탁한다”고 했다.
또 이 감독은 “선수들은 이제 또 야구를 해야 한다. KBO리그도 해야 한다. 앞으로, 올해 가을에 아시안게임도 있다. 선수들에게 좋은 얘기를 해줬으면 고마울 듯하다. 내가 좀 부족해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 나를 비난해도 된다. 선수들은 (제 기량을) 발휘해줬다”고 거듭 부탁했다.
후배들이 더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질타를 받지 않도록 자신이 다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준비 잘하고, 경험을 쌓으면 된다. 아시안게임 등 계속 국제대회를 통해 하다 보면 좀 더 훨씬 제 기량을 낼 수 있다. 다들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다. 다 발휘하지 못하면 그것도 실력이겠지만 경험을 쌓고, 그걸 기다려주면 선수들이 잘 성장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하기도 했다.
소형준, 이정후, 김하성, 강백호, 이의리, 원태인, 최지훈 등은 각 팀을 대표하는 선수이자 한국 야구를 이끌어 갈 젊은 선수들이다. 팬들 이상으로 실망감이 클 것이다. 자존심도 많이 상했을 것이다.
때문에 더욱 각성해야 한다. 이제 그들이 직접 헤쳐나아가야 한다. 한국야구 최고 타자 중 한 명이었던 이대호는 지난 시즌 종료 후 은퇴를 했고, 한국 대표 좌완 중 한 명인 김광현은 14일 귀국길에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앞으로는 소속팀(SSG)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더욱 이 감독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 한다. 또 대회 기간 야구계 선배들의 쓴소리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잔소리, 싫은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모두 걱정하는 마음, 한국 야구가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은 같다.
KBO 레전드 포수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은 지난 9일 호주전(7-8 패배)을 보고 “호주 선수들의 타격하는 자세를 유심히 봤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는지 너무 궁금했다”면서 “한국과 호주의 비교를 투수와 타격으로 논한다면, 우리 투수들이 모든 면에서 월등하게 호주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타격은 호주보다 뒤떨어지는 것을 봤다”고 평가했다.
또 이 이사장은 “우리 타자들은 스윙이 대체적으로 크다다. 거기에 비해 이들 호주 타자들은 정말 짧은 스윙으로 나와 팔로우 스윙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바로 이 차이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우리도 이들처럼 짧은 스윙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이야기 하지 않아도 이미 지도자들은 다 알고 있다. 그리고 왜 이들이 빠른 볼이나 체인지업 볼에도 잘 적응하는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 이사장의 조언은 현역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치들에게도 향한다. 모두 함께 ‘왜 한국이 국제 대회에서 고전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우리는 이기기 위해 어린시절부터 교육 받으며 자랐다.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서면 갖다 맞추는 것은 정말 잘한다. 그러나 지도자는 좋을지 모르나 선수들에게는 마이너스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호주 야구는 적은 훈련양으로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거기에 비해 우리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이나 선수 그리고 프런트는 깨달아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당장 눈 앞의 1승을 위해 달려갈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장래와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해 선수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또 이 이사장은 “삼진을 먹더라도 어린시절부터 과감하게 자기 스윙을 가르치는 지도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WBC, 올림픽 등 국제대회는 계속 이어진다. 한국야구가 국제대회에서 기분 좋은 날을 맞이할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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