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이용규(38)가 한일전 앞두고 후배 이정후(25)의 전화를 받은 사연을 공개했다.
이용규는 지난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범경기 전 인터뷰에서 “(이)지영이는 워낙 마음가짐이 남다른 선수라 잘할거라고 생각했다. 김혜성도 대회 전에 파이팅하라고 응원을 했다. 이정후는 한일전을 앞두고 전화가 와서 좋은 이야기를 해줬다”라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로 나선 키움 선수들과의 일화를 밝혔다.
한국 대표팀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WBC 1라운드 B조에 편성됐다. 일본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강팀이 없어 8강 토너먼트 진출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첫 경기 호주전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2승 2패로 조 3위에 머물렀다.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지만 올 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는 이정후는 빛났다. 지난 시즌 142경기 타율 3할4푼9리(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OPS .996을 기록하며 타격 5관왕(타율, 출루율, 장타율, 타점, 최다안타)과 MVP를 휩쓴 이정후는 WBC에서도 4경기 타율 4할2푼9리(14타수 6안타) 5타점 OPS 1.071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이런 이정후도 숙명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한일전에 대한 부담은 대단했다. 특히나 호주전을 패해 한일전을 반드시 이겨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부담감은 가중됐다.
“7시에 열리는 일본전을 앞두고 6시 20분쯤에 이정후에게 전화가 왔다”라고 말한 이용규는 “나는 정말 무슨 일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너무 긴장이 된다고 하더라. 나도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어서 그냥 하던대로 자신있게 하면 될거라고 답했다. 나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어떻게 하면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이용규는 2009년 WBC에서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를 상대로 안타를 때려냈던 좋은 기억이 있다. “다르빗슈도 내가 만난지 너무 오래돼서 어떻게 공략을 해야하는지 물어봐서 사실 당황했다”라며 웃은 이용규는 “내가 만약 거기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며 편하게 이야기해줬다. ‘슬러브나 느린 슬라이더가 워낙 좋기 때문에 빠른 카운트에서는 빠른 공을 생각하고 치면 좋겠다. 그리고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느린 공을 생각하면 치면 좋겠다’라고 조언을 해줬다”라고 이정후에게 전한 조언을 설명했다.
“첫 경기를 패하고 일본과 경기를 하기 때문에 압박감이 굉장히 심했을 것이다”라고 이정후를 걱정한 이용규는 “도쿄돔에서 한일전을 하면 압도당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항상 경기 초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번에도 먼저 3점을 내서 좋은 결과를 기대했는데 그 점수를 지키려고 하다보니 선수들이 자기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다”라며 한일전 패배를 아쉬워했다.
정말 중요한 순간에 자신에게 연락을 한 이정후에 대해 이용규는 “자기 나름대로 어떻게 하면 편해질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나에게 연락을 해줘서 어떻게 보면 고맙다”라고 말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