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야디어 몰리나가 이끄는 푸에르토리코 야구 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역사상 첫 퍼펙트 게임을 만들었다. LA 다저스 출신 잊혀진 투수 유망주 호세 데 레온(31)이 그 중심에 있었다.
푸에르토리코는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3 WBC 1라운드 D조 이스라엘전에서 10-0, 8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타선이 장단 11안타 10득점을 폭발한 가운데 4명의 투수들이 8이닝 무실점 퍼펙트를 합작했다. 노히터나 퍼펙트 게임이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9이닝 정규이닝을 채워야 하는데 8회 콜드게임으로 끝나 팀 퍼펙트가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비공식 기록이긴 하지만 지난 2006년 시작해 5번째를 맞이한 WBC 최초의 퍼펙트 게임이었다.
선발투수로 나서 승리투수가 된 데 레온(31)이 5⅔이닝 동안 무려 10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현역 메이저리거 작 피더슨(샌프란시스코)과 전직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포함된 이스라엘 타선을 6회 2사까지 퍼펙트로 압도했다. 최고 94.2마일(151.6km) 싱커(44개) 중심으로 체인지업(11개), 슬라이더(7개), 커브, 커터(이상 1개)를 구사했다.
WBC 1라운드 투구수 제한(65구) 규정에 의해 투구수 64구에서 교체된 데 레온은 12번의 헛스윙을 유도할 만큼 위력적인 공을 뿌렸다. 투구수가 꽉 차면서 6회 2사에 교체된 데 레온은 몰리나 감독을 비롯해 동료들과 포옹을 나눈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3루 관중석을 메운 푸에르토리코 관중들의 기립 박수를 받은 데 레온은 모자를 벗고 가슴을 치며 두 팔 들어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데 레온에 이어 구원등판한 약셀 리오스(⅓이닝 1탈삼진), 에드윈 디아즈(1이닝 1탈삼진), 듀안 언더우드 주니어(1이닝)이 나머지 2⅓이닝을 책임지면서 8이닝 팀 퍼펙트를 완성했다. ‘MLB.com’에 따르면 데 레온은 경기 후 “이 순간을 꿈꿔왔다.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에게, 세상에 내가 아직 여기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특별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에도 WBC에 참가했던 데 레온은 다저스 유망주 출신이다. 지난 2016년 9월 다저스에서 빅리그 데뷔 후 2경기 연속 선발승을 거뒀지만 이듬해 시즌을 앞두고 20홈런 2루수 로건 포사이드의 반대 급부로 탬파베이 레이스로 트레이드됐다. 선발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으나 2018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뒤 하락세를 걸었다. 2020년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됐지만 반등은 없었고, 2021년 7월 시즌 중 방출됐다. 메이저리그 5시즌 통산 성적은 53경기(48이닝) 4승1패 평균자책점 8.44.
지난해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마이너 계약을 했으나 빅리그 콜업을 받지 못한 데 레온은 미네소타 트윈스와 다시 마이너 계약을 맺고 올 시즌을 준비 중이다. 잊혀진 유망주가 된 상황에서 다시 WBC에 참가했고, 역사적인 퍼펙트 게임 발판을 마련하며 모처럼 존재감을 뽐냈다.
데 레온은 “그동안 나의 커리어를 지켜봐준 팬들에게 오늘 경기를 바친다. 부상이 많고, 경기에 별로 나오지도 못한 선수를 오랫동안 지켜보는 건 쉽지 않다. 그런 나를 믿어준 팬들과 가족들에게 감사하다. 나 역시 스스로에게 믿음을 잃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정말 엄청나다”며 “푸에르토리코 유니폼을 입고 이런 순간을 보낼 수 있어 100배는 더 특별하다”고 말했다. /waw@osen.co.kr